예전 살던 곳은 해운대의 달맞이고개였다.
고개 꼭대기로 산보하듯 천천히 걸어가면
빌라들 사이로 바다를 흘끔흘끔 엿보며 갔었다.
-당시엔 상대적으로-이국적으로 생겼던 빌라들 틈에 갖힌
넓은 바다는 건물과 건물 사이 담벼락이
푸른 물빛이란걸 내게 가르쳐 주었다.
건물만 하얗게 칠했으면 지중해의 여느 도시들이랑도 비슷했으리라.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유치한 건축미학과 그 일레귤러함이
오히려 매력이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보던 바다가 그립다.
갑자기.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 온다.
「바다3」 - 정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