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두 분다 머리가 꽤 좋으신 분들이라 생각한다.
서울대 시험 떨어지고 홧김에 그 다음 입학시험 어려운 대학가신 아부지나
의대 다니시다 적성에 안 맞다고 화끈하게 때려치시고 약대 다시 시험쳐서 약사하시는 어머니나
아들이 보기엔 충분히 공부 잘 하시고 똑똑하신 것 같다.
하지만 난 어릴 때부터 그런게 닮고 싶었던 부분이 아니라
천천히 시간을 두고 사람을 바라보며 냉철하게 그 사람을 판단하는 아버지의 냉정함과
가난해서 헤어진 신발 신고 다니는 동네 아이들 보면 항상 신발을 바꿔 신고 오신-물론 발치수가 맞는 아이들에 한해서겠지만- 어머니의 따뜻함.
그런 것들을 닮고 싶었다.
난 욕심 많이 부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하니까
저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둘 다 가지면 정말 현명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지만
굳이 고르라면 따뜻한 사람이 되는 편이 더 좋겠다.
속고 배신당하고 가슴아플 일도 많겠지만
그래도 나는 누군가에게 베풀고 사랑하는 게 좋다.
뭔가를 줄 때 행복한 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