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元大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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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야간열차 - 누가 써도 이거보단 잘 쓸 수 있는 허섭스레기같은 자작 단편소설 - (2) 2012/10/27 AM 01:22
그는 야간열차를 떠올렸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야간열차...
시간조차 자신의 편이 아니었던 추악했던 시절.
2층 막사에서 검은 하늘 위를 올려다보며
도시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수 많은 별들에서 꿈을 빌리고
저 멀리 절벽과 강을 넘어 아득하니 펼쳐진 밭둑길을 달리는 열차가
별들에게 빌려온 꿈까지 싣고 고향으로 내려보내 줄 것이라 생각했던
유일한 해방의 시간,지겨운 하루 일과가 끝나고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보랏빛 담배 연기 한 모금 뿜던 그 시간.

멀찌감치 떨어져, 자신의 모습을 사슴처럼 동그란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한 여자를 위해 정성껏 요리를 만드는 그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 속에서
그 야간열차를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자신을 갈망하는 뜨거움이 아닌
쓸쓸하고 외로운 시선이었다는 것을.

야간열차가 군부대라는 감옥에서 자신을 빼내어주지 못했던 것처럼
그녀 또한 자신을 외로움에서 구해주러 온 것이 아니었음을.

그건 슬픔이었다. 무거울 정도의 허탈함과 아픔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꿔줄만한 역량이 없었다.

그는 연애를 몰랐던 것이다.

조용히 차린 밥을 먹고, 반찬에 대해 서로 평을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 웃었지만
둘은 알고 있었다.

해가 뜨면 다시 멀어질 시간이 온다는 것을.

남자는 두려웠다.
자신이 과연 이별을 다시금 받아들일만한 용기가 있을지에 대해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녀와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함을 알기에
가만히 있는데도 흘러가는 시간을 몽땅 붙잡고 싶었다.
냇물을 움켜쥔것마냥 자꾸자꾸 흐르는 것을
한 줌이라도 꽉 잡고 놓치지 않을 수는 없을까.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속에서 자꾸만 커져가는 허무함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시간이 날아간 것만큼 허무함은 차올랐다.

지친 몸으로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도무지 힘이 나질 않았다.

남자는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녀가 담배를 싫어하는 건 알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담배에 불을 붙여
밤하늘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아무리 고개를 꼿꼿하게 세워도 별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군생활을 했던 시골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눈이 자꾸만 흐릿해져서였을까...
자신의 뒤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시선을 느꼈지만
무어라고 말을 해야할지 그는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잡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이 싫었다.
나약함을 알면서도 그걸 이겨내지 못하고
아무 말 못하는 바보같음이 원망스러웠다.

가지 마세요. 가지 말아주세요.
내 곁에 있어 주세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이란 것을 내게 가르쳐 주세요.
당신말고 다른 누구도 내게 주지 못했던 것을 내게 주세요.
오랜 시간동안 당신의 곁을 지킬 수 있도록 나를 도와 주세요.
입에서만 맴돌 뿐, 남자는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그것을 자신의 무심함 탓으로 생각했다.
여자가 생각한 것은 다른 것이었을텐데 말이다.

둘은 말없이 밥을 사먹고
남자는 열차에 타는 여자를 배웅했다.
깍지를 꼈던 손이 풀어지고 자리로 걸어가는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쫓아올라가 같이 가자고 말하면 행여나 그녀가 마음을 다칠까
그저 말없이 한 번 그녀의 모습을 눈에 새긴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자는 다시 차에 올랐다.

아까 콜라를 다 마실 걸 왜 조금만 마시고 왔을까.
자꾸만 목이 메이는 것을 남자는 음료수 탓을 했다. 비겁하게.

열차는 남자의 꿈을 다시 멀리로 보내버렸다.
열차는 그 옛날, 남자가 담배를 피며 바라보던
밤하늘의 그 많던 별 중 하나로 그녀를 싣고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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