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식자재를 사러 바깥에 나갔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도시는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회색빛 얼굴로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비가 오기 전의 도시는 모든 게 살아있는 것 같아 너무 좋다.
공기에서 느껴지는 냄새도 좋다.
이런 날은 요리를 하면 맛있는 냄새가 멀리까지 퍼진다.
요리를 하겠다고 식당에 뛰어든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재능도 중요하고 사람들과의 팀웍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식당은 조금 다르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것을 만들어주고
그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 목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해 준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재료를 같이 고르고
하나하나 좋은 걸 찾기 위해 만져보고 구경도 하며
같이 걸어가는 기쁨을.
그렇게 고른 식재료를 집으로 가지고 와
-솜씨는 서툴어도 좋고 능숙해도 좋다-자신이 아는 방법대로 정성껏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같이 요리하면 더 좋고-사람과 맛을 보고 즐거운 수다를 떠는 것.
그건 정말이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기쁨이다.
나는 그런 기쁨을 파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
익숙한 발걸음으로 찾아와 당연하다는 듯 가게 의자에 걸터앉은 손님에게
무심한 듯하지만 정성이 담긴 손길로 음식이 든 그릇을 건네고
말하지 않아도 다시 보게 될 거라는 걸 서로 알면서 헤어지는 그런 식사.
그런 일을 하는 가게를 만들어 보고 싶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 준 것은
단 두 명이었다.
한 명은 내 손길이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렸고
한 명은 다른 이와 행복을 찾기 위해 떠나버렸다.
그렇게 정성을 다한 사람들은 떠났지만
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언젠가 또 반드시 그런 내 마음을 함께 나눠먹을
그런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요리를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그렇게 떠난 이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문뜩 떠올랐다.
잿빛 하늘과 도시를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