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없는 시간에
내가 차릴 가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크게 넓은 가게를 하고 싶지는 않다.
먹으러 온 사람들 하나하나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주방을 설치하고
나와 반갑다는 눈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루리웹 친구들이 많이 찾아오는 그런 가게로 만들고 싶다.
루리웹 회원들은 인증만 하면 여러 가지 혜택도 주고
처음에는 무료로 시식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그래서 회원들이 많은 수도권에 가게를 차리는게 좋을 듯 싶다.
다만 음식값은 쉬이 공짜로 해 주진 않을거다.
잘 먹었다는 최소한의 예의 표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최대한 해 줄 수 있는데까지 해 주되,
음식값은 내고 가는 그런 분위기였으면 좋겠다.
자꾸 공짜로 먹게 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못 오는 친구들도 많을테니까.
아기자기하게 디자인하고 싶다.
디자인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품 하나하나도 정성이나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면 좋을 것이다.
빌리헤링턴 피그마도 한 쪽에 고이 모셔놓을 생각이다.
날 아는 사람이라면 피식하고 헛웃음이라도 한 번 웃게 만들도록.
먹으면서 가게를 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는 그런 가게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정말 좋은 인생의 파트너와 함께 가게를 했으면
다른 소원이 없겠다.
같이 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나와 가게를 했으면 좋겠다.
힘든 반죽밟기나 주방에서의 조리는 내가 하고
소소한 일이나 음식 나르는 정도만 해도 좋을 것이다.
한번에 돈을 많이 못벌더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는 벌이에 함께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사람말이다.
집이 넉넉한 편이긴 해도 집안의 지원 없이
나와 내 파트너가 꾸려도 이 정도로 해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주말-특히 일요일-은 쉬고 싶다.
식당 돈벌이에서 주말을 뺀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지만
내 반려자와 하루 정도는 남들 쉬는 날에 쉬면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며 살고 싶다.
혼자 가게를 하게 된다면
주말이나 밤도 딱히 마다할 필요는 없겠지만
좋은 사람이 내 옆에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이런 상상들로 이리저리 뿌듯한 하루였는데
갑자기 손님이 물밀듯 쏟아지면서
나는 시망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