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방이 춥다는 이유로
내 침대에 전기장판을 놓아두시고
켜 놓으신 모양인데
도무지 너무 따뜻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나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토쿠가와 이에야스의 필두(제일 우두머리) 가신인
이시카와 카즈마사(石川數正)라는 사람이 있었다.
능력도 출중하고 통찰력도 갖춘 매우 우수한 신하였으나
정이 없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히데요시가 도쿠가와와 화친을 맺기 위해 보낸 사자가
추위에 약한 사람임에도 그것을 모르고 있다가
그가 벌벌 떨자 그제서야 화롯불을 켰다고 한다.
나도 어쩌면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상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뭔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
그런 냉정한 사람말이다.
사람을 망치는 것은 언제나 그래왔듯 거만함이다.
저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니까 나를 찾는 거 아니겠어?
그런 식의 생각을 하게 되면 스스로가 사람을 찾고 모으는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된다.
즉, 인망이란 본인 스스로가 타인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끌어들이려는 노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그런 자질을 갖추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버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다 끌어안지도 못할 그 작은 손으로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한다.
사람은 그런 것에 감동을 받고 그 사람을 믿게 되는 것이다.
설사 그 사람이 나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는 일이 있더라도
나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것이다.
만약 그 사람한테 내가 정말 별것 아닌 하찮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상하게 그런 사람한테는 정성을 다할 수 밖에 없게 되는 뭔가가 있다.
그런 것들이 어떤 면에서는 사람의 재능이고 그릇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기장판 하나가 야밤에 나를 생각에 잠기도록 만들었다.
젠장, 온도도 겨우 1단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