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빡빡이가 벌써 여친을 사겼다고 했다.
사실 뭐 그 녀석 스타일상 금방 여자친구를 만들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나왔다.
내 입장에서 논할 문제는 아니나
그냥 한 마디 톡 쏘았다.
나 : 그 사람 진짜 좋아해서 사귄거 맞나? 결정 한 번 빠르디.
빡 : 모르겠다. 나도 이런 경우는 첨이라...
그 말에 왠지 욱했다.
나 : 모르면서 사귀면 또 나중에 후회할끼가.
빡 : 서로 호감이 있으니까 알아가고 그라는기지 머.
사실 관점의 차이이긴 하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옆에 누군가가 있기를 원한다면 그럴 수도 있는데
내 경우에는 아무리 외로워도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면
사귀자는 말에 응한다거나 내가 사귀자고 하지도 않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빡빡이가 맞을 수도 있다.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자신한테 정말 맞는 사람을 찾아가는
그런 삶의 경험들, 그건 참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생각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일 때 연애가 가능하다고 보는 스타일이라
그렇게까지 연애를 사슬처럼 계속 이어가는 사람은
애초에 누군가를 사귈때부터 다른 사람을 미리 준비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한 명을 좋아하면 그 사람밖에 안 보이는게 내 기준에서는 당연한거라
그렇게 빨리 사랑이 바뀔 수 있나 싶기도 하고.
허나 빡빡이 지가 좋다는데
나는 당연히 축하하고 기뻐할 수 밖에.
나 : 뭐 니가 잘 생각하고 그러는거겠지. 다만 난 니가 진짜 니 인생을 걸만큼 이거다싶은 그런 사람 만나면 좋겠다.
빡 : 니는 내한테 아무리 쓴소리를 해도 난 그게 좋게 들린다.
아...저렇게 말해주는 친군데 내가 무슨 말을 하리오.
남들한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까칠한 놈이 나한테는 참 순한 양같이 저러는 거 보면
친구지만 참 의리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만큼 나를 믿으니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담에 둘이 같이 오면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얘길 하니 또 녀석이 참 고마워한다.
우리처럼 오래된 친구면 그렇게 안 해도 다 이해하는데.
녀석 특성상 여자친구랑 잘 안풀리면 또 한없이 나를 찾다가
초반에 불타오르면 잠수라도 탄 것마냥 소식두절도 되지만
우리는 둘 다 서로를 안 찾을 수가 없는 친구란 걸 아니까 답답해하지 않는다.
빡 : 나는 니처럼 일편단심인 놈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늘 그렇지만 한편으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나 : 에이구...뭔 씰데없는 소릴. 나도 최근에 사람 좀 만나봤었다아이가. 좋아지질 않아서 그렇지 다른 사람 만난 건 만난거지. 그래놓고 일편단심이라 하면 그것도 우습지않나 허허...
그러고나면 또 빌리헤링턴, 반 다크홈 성대모사 하면서 낄낄대다가 서로 집에 간다.
난 저 녀석과 생의 오랜 시간을 더 같이 보낼 것을 안다.
그러기에 항상 빡빡이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걸지도 모른다.
과분하게 좋은 친구들이 내 곁에 많아서
연애운까지 있으면 사람들이 미워할까봐
한 쪽이 모자랄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