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정장의 복식을 굉장히 중시한다.
그래서 정장만큼은 기본을 지켜서 입는 걸 좋아하는데
20대 초반 어느 날, 별로 안 친한 형이랑 길을 걷고 있다가
정장에 백팩을 한 남자를 보게 되었는데
'저렇게 다니는 거 우습지 않아요?'하고
그냥 나오는대로 말을 했다.
그 형이 물끄러미 보다가
'저렇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라고 하는데 난 그 형을 조금 무시하던 터라
속으로 그럼 그렇지 정도로 생각을 했다.
한참이 지나고 미국이나 호주에는
정장을 입고 백팩을 한 사람이 무척 많다는 걸 알게 된 후에야
뭐 그럴 수도 있는 건데 왜 내가 그런 다양성을 무시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그 형을 무시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
2. 20대 중반 일이다.
강아지들이랑 해안도로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앞에서 독일말이 들리기에 보니 독일 노인 몇 분이 걸어가고 있었다.
내 특기인 이상한 장난기가 발동한 것도 아니고,
정말 아무 생각없이 나도 모르게 나치당가인 호르스트베셀리트(Die Fahne hoch)를 흥얼거렸다.
그걸 어찌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흥얼거려졌다.
'Die fahne hoch Die Reihen fest geschlossen~♬'
그 때, 앞에 가던 독일 노인들이 전부 다
정말이지 섬뜩한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정말 섬뜩한 눈빛으로.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노인들을 앞질러 갔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미안한 일이다.
여행을 왔든 여기에 사는 사람이든
다신 기억하고 싶지 않을 부끄러운 일을
한국에 있는 웬 좀만한 총각때문에 다시 꺼내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을 일이다.
그 노인들에게 정말 미안하다.아직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