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때리고 혼을 내도
부르면 진심으로 좋아서 달려가는 개였으면 좋겠다.
내게 시간을 주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아도
아무런 원망 없이
아무런 미움 없이
'이리와' 한 마디에
온 몸에 기쁨을 가득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개였으면 좋겠다.
'기다려'한 마디에
아무리 뛰어가고 싶어도
아무리 보고 싶어도
평생을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언제까지고 홀로 기다릴 수 있는
그런 개였으면 좋겠다.
기나긴 밤을 악몽으로 깨고
눈물흘리고
쓰라린 마음 안고
아무에게도 하소연 못하며 괴로워하는
그런 인간이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의 주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 옆에 누가 있든
그 사람이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면
언제나 꼬리를 흔들 수 있는 개였으면 좋겠다.
정말로
주인 하나 밖에 모르는 개였으면 좋았겠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주인이 오지 않아도
주인에 대한 충성을 잃지 않는
그런 개였으면 좋았겠다.
그게 너무 가혹해서
그게 너무 야속해서
그게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무너져버리는
모자란 인간일바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