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元大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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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안녕 (0) 2013/02/04 PM 10:19
언제나 혼자일거라고 생각했어.
혼자 사는게 당연하고
외로움은 어차피 누가 같이 있어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으로서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라고 생각했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이제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기뻐했을 때,
그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리고
난 다신 누군가를 만나지 못할거라고
그렇게 굳게 생각하고 살았어.

그런 생각을 깨버릴 사람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아니 믿을 수가 없었어.
내가 정말로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지.

늘 그런 생각을 했었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용의자X의 헌신'이란 영화에 나오는
이시가미 테츠야처럼 널 사랑하고 싶다고.

말에는 사랑이 담겨 있어야 하지만
사랑에는 말이 필요 없지.
말없이 보아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것이 비록 다른 사람이 보기엔 비뚤어진 사랑일지라도.

나 혼자 감당하고
나 혼자 책임질 수 있고
네가 행복하게 살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지.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빠져
상황을 용납할 수가 없었고
내 나름으로 배신했다 생각한 친구를
다시금 용서했다는 자만에 빠졌지.

일반적인 사람의 상식으로만 생각해서
네 옆에 있는 친구를 그저 나쁘다고만 판단했지.
지금 돌이켜보면 사실 그 친구야 어찌되었든 상관없었어.
아마도 널 원망한걸지도 몰라.

나는 이렇게 좁은 사람이야.
내가 생각해도 한심할 정도로.
뭐가 헌신이고 뭐가 믿음이야.
그저 나 혼자 괴로움에 빠져서
그 긴 시간들을 슬퍼하고만 있었던거지.

아까 말한 영화에 나온 이시가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
자신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사람을
가지고 싶어한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랑했었던거야.
지켜만 봐도
아니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랬던거지.

아무리 소설이고 영화라지만
그런 지고지순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냥 단순한 쓰레기야.
너랑 있고 싶어하고
너랑 같이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고
뭘해도 너를 내 옆에 놔두고 싶어했던거 같아.
오로지 그것만 바라고
그것만 원했으니까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행복할 수가 없었던거야.

난 약속을 어기는 걸 정말 싫어해.
거짓말하는 건 더 싫고.
하지만 결국 내가 한 약속을 내가 어기고
내 말을 내 스스로가 거짓말로 만든거야.

니가 내게 어떻게 해 주든
그건 사실 아무 상관이 없어야했어.
니가 나를 좋아했었든
정말 사귀고 싶어했든
그런 것도 사실은 상관이 없었던거야.

왜냐면
내가 너를 좋아했으니까
내가 너를 사랑했으니까.

난 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하는 사람이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거야.

말로는 번지르르하게
사랑이 어떻고
성실함이 어떻고
약속이 어떠니 저떠니 해 봐야
결국 하나도 제대로 한 게 없어.

말은 죄악의 씨앗이라고 했지.
내가 정말로 널 좋아했었다면
정말 널 사랑했었다면
그냥 난 아무 말 없이
쓸데없는 부연설명 없이
다시금 그냥 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슬플 땐 힘이 되어 주고
기쁠 땐 그냥 내 스스로 흐뭇해하면서
너를 지켜봐줬어야 했어.

하지만 난 그저 말이 많은 놈이었을 뿐이야.
배신감,원망따위에 몸을 맡기고
스스로 어두워지는 것 외엔 한 게 없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한 일은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
징징대고 칭얼대고 고집부리고
네가 안 원하는 일들만 골라서 했지.

네가 날 잡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왜 이런 상태에서 잡았냐고 화만 내고.

구차한 변명같은 건 필요없는 것 같다.
이해 못한 쪽은 네가 아니라 나였으니까.

이따위 나로서는 널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는게 당연하니까
그래서 날 떠난거야.당연한 일인데...
네가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이유가 없는 일인데...

호감과 행복이 아닌
죄책감만 남겨주고
그렇게 사람을 멀리해버린 내가 문제인거지.



그래도
이것밖에 안 되는 그런 사람을
그렇게나 오랫동안 잡아주고 데리고 있고싶어 한
너한테 고마움만은 남겨놓고 싶다.
그건 누가 뭐래도 고마운 일이야.
내겐 고마운 일이야.
살면서 어떤 사람도 날 그렇게 잡아준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런 사람이 지금에 행복을 느낀다면
네가 고른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 맞을거야.
좋은 사람이랑 같이 있어 행복하면
난 거기서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됐던거야.

그런 좋은 사람이랑
싸워가면서까지 날 지켜줬던 거에 감사해.
세상에 어떤 사람이 날 그렇게 지켜줬겠어.
아마도 이제 다시 평생 어떤 사람을 만나도
그렇겐 못해줄 거야.정말 그렇겐 못해줄 거야.

그건 네가 대단한 사람이거나 엄청난 위인이라는 칭찬같은게 아냐.
나한테 그렇게 해 주었다는 자체에 감사하는 거지.


주인만을 바라보고 주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개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 평생을 희생해버린 이시가미처럼
그렇게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왜 이렇게 모자란 인간인지
아무리 후회하고 고민해도
항상 그런 번뇌를 너의 탓 마냥 돌려버린
내가 쓰레기새끼라는 생각이 들어.

흐른 물이 땅에 스며들어 버리듯,
쏜 화살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듯,
내 스스로 망쳐버린 것들은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는 걸 알아.

내 자신이 나를 이해해 줄 수가 없어.
용서해주기도 싫어.

내게 있어 제일 큰 벌은
네가 내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거겠지.
그래. 그렇게 해야
내가 정말로 벌을 받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말.
굳이 안 해도 됐어.

다른 사람은 너처럼 나를 그렇게 잡을 수 없으니까.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너만큼 미련 가질 일 없을거고.
해준대로밖에 못해주는 속 좁은 사람이니까.
다만, 다시는 너한테처럼 쓰레기같이 굴진 않을거야.
니 말 다 못 들어줘도 청개구리처럼 이제나마 하나는 들어야지.

내가 정말로 네 행복을 빌어주고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 기뻐하려면
나는 저 벌을 받아야 될 것 같아.

보지 못해야 그렇게 할 수 있을테니까.
네가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또 욕심을 내는 나쁜 놈이 될 테니까.

분명히 행복하게 지내고
기뻐하며 감사하며 살거야 너는.

다른 사람들이 널 많이 사랑해줄거야.
모자란 점도 있을테고
만족못할 점도 있을테지만
최소한 나라는 인간이 보기에
넌 충분히 사랑받고 살 사람이니까.

내가 그러지 못했다는 거에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겠지만
그건 내가 여태껏 해 왔던 짓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아쉬워 하는게 맞다.

약속도 제대로 못 지키는 나는
남자도 아니고 뭣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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