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이 복잡하게 얽히고 얽힐 때,
무언가 써서 남기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인 것 같다.
경영학도였으니
항상 하고자하는 일에 있어
사업타당성을 고려했던 적이 많다.
대충의 예산선을 상정하고
사업에서 얻는 수익을 가정하여
손익분기를 계산하고
이후 사업성을 검토하는 것.
물론 사전 마케팅이나 기타 사항을 고려하는 일도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헌데 저런 이론적인 부분부터 생각하고
어떤 사업을 한다는 것이
왠지 거꾸로 생각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그 일을 하기 위해 만드는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
어떤 스토리를 위해 공간을 창조할 것인가?
공간은 누구를 배려하는 곳인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만든 가게는 정말로 어울리는 곳-사업의 목적에 부합하는가-인가?
그런 것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부터 생각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무모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예를 들면
내가 차릴 가게는 루리웹 사람들의 아지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간단한 식사를 하기 위해서 찾기도 하겠지만
그냥 거기 가면 달리 정모나 약속이 필요 없는 그런 장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비단 루리웹 사람들에 국한된 장소가 아니라
지역의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음식장사로 이윤을 남기는 건 기본적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일이 고되고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데
돈이 벌리니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건
장기적인 내 삶을 바라볼 때,
너무나도 재미없고 슬플 것 같다.
돈이 벌리는데 뭐가 슬퍼?
라고 묻는 사람들과 지금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점이 너무나 나랑 맞지 않다.
많은 손님을 들여
음식을 성의없이 그저 속도에 맞춰 나가고
그걸 먹고 맛있다고 하면 '역시 내 음식이 최고야'라고 생각하는
이딴식의 거만함도 딱 질색이고
다른 음식에 대한 이해를 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가게가 요구하는 음식만을 만들어야 되는
현실이 참으로 재미없고 슬프다.
가게를 차리려면
단순한 수익구조를 벗어나
스스로 해야 할 공부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인문학적인 이해
다양한 음식의 조리 경험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의 창조
실무에 대한 성숙도...
일을 배우고도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무언가 끝나면 준비했던 과정을 다시 생각하면 참 재밌던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