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너무 오랜 시간을
'관계'라는 무간지옥에서 허우적댄 것 같다.
답이 나올 문제도 아니고
억울하니 뭐니 헛소리를 해 봐야
나만 더 좀스러워질 뿐이니
그냥 우스운 일이다.
아까 낮에 법정스님 글을 읽고 나서
이리저리 많은 생각을 해 봤는데,
내가 나답지 못하고
내가 아닌 다른 나로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본래 그런거야 세상에 없지만
내가 알던 나는
지금의 나보단
좀 더 자유로웠고
좀 더 얶매이지 않았으며
좀 더 시원한 구석이 있었다.
그냥 사람을 꼭 여자친구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단
진짜 괜찮은 사람이면 더 솔직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젠가 연이 닿아
사람을 만나 나를 소개한다면 이렇게 하고 싶다.
나는요 옷도 별로 신경 안쓰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늘 입었던 정장말고는 입을 줄 아는게 없어유.
담배도 허벌나게 좋아해서 입에 달고 살고요
그쪽 나이또래 분들 좋아하는 노래도 잘 몰라유.
맨날 클래식이나 듣고 재즈,한물간 락음악
남들 신경도 안쓰는 일본노래 댄스음악 이런거 들어유.
뭐 춤을 잘 추는 거도 아니고요 클럽 이런거는 딱 질색이요.
돈도 잘 안써요. 먹을거나 제때 사먹지
여자한테 뭐 이상한거 산다고 돈 쓴 적 한 번도 없어요.
그니까 이런 놈이랑 놀믄 재미없겠다 싶으면 그냥 가셔도
안 섭섭해하구요. 그런줄 이해할게요.
내가 살믄서 마음 주는 사람이믄
난 숨기지도 못허고 비밀로 하지도 못해요.
그 뭐 쪽팔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좋아한다고 말하는건디
그걸 어떻게 숨겨요.
대신에 좋아허는 사람이 나도 좋아해주믄
나헌테 야박하게 굴어도 괜찮구먼요.
피곤한 일 시키면 시킨대로 들어주고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만들어 줄게요.
섭하고 그러면 말하면 다 들어주고요.
밤새도록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담날 뭘 하든 다 들어줄거구요
나 하는 것 중에 싫은 거 있으면
왠만하면 해달란대로 해줄거에요.
뭐 그래야 나도 속이 편할테니.
그니까 그래도 한 번 알아보고는 싶으시면
제가 꼭 그렇게 하도록 도와드릴게유.
그짓말 허는것도 싫어하고
되도록 한다 하면 하는 놈입니다.
쓰고 나니 무슨 깡패새끼 말 같네...
그래도 저게 나인거 같다.
시바 이래도 흥미 가져주는 사람 있으면
내가 알아서 공주님처럼 모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