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매화마을에 다녀왔다.
담배를 좋아하지만 담배를 피면 만개한 매화의 은은한 향을 못 맡으니
담배를 피지 않고 매화가 흐드러진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마을어귀에서 진한 향이 난다.
천리향 묘목을 팔고 있었다.
천리향의 향기가 너무 강해
매화의 향이 마치 사라진 것 같이 없어졌다.
아!
문득 뭔가 느꼈다.
나를 좋아해 준 여자들의 마음에 반응해
나 또한 그녀들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항상 매화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따뜻함이 다가 오기 직전 가장 춥고 힘들 때,
매화처럼 꽃을 피워 옆에 있어주고 싶었고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은은히 오래 지켜보면 느낄 수 있는 향기를 주고 싶었다.
눈밭에서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듯,
그네들이 나를 힘들게 해도 포기않고 지켜봐주고 싶었다.
헌데 천리향의 향기를 맡으니
차라리 매화가 아닌 천리향처럼
강한 향기라도 남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그런 내 마음을 몰라주었으니까.
하긴, 내가 매화가 못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이상하게도 웃음이 피식 흘러나왔다.
한참을 매화 향 속에 파뭍혀 있었으니
이젠 됐다 싶어
동네 어귀를 다 내려와
장터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어느 국밥이 맛있을까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런 대목에 파는 국밥이야
다 거기서 거기지만 말이다.
지겐은 시인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