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참 묵묵하게 일을 배웠다.
별로 큰 식당은 아니겠지만 주방장도 일찍 달았고
식당 사람들이든 손님이건
열심히 만든 음식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는게 행복했다.
아니,지금도 그걸 지켜보는 건 늘 좋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주방에 있는 시간만큼
스스로 가게를 차릴 역량을 가진다 생각했고
군대도 안 다녀온 사장의 군대놀이에도
아무런 토 안달고
그냥 묵묵하게 했다.
수련생이란 이유로
알바보다 더 적은 시급에도
일을 배운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만족했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깨닫는 내가 좋았고
차근차근 준비가 되어가는 내 모습에 흐뭇했다.
목표한 바를 이뤘다 생각하고
아름답게 마무리를 하고 싶어
미리 인수인계할 부분이나
주방에 있었던 문제를 조목조목 정리해
사장에게 주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사장은 갈 날이 얼마 안 남으니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이런건 이게 좋지 않겠습니까 건의를 하니
'뭔 하라면하지 말이 많노!'
하며 손님들 있는데서 소리를 지르더니 삐쳐버렸다.
몇 일을 말을 안하기에 나도 업무적인 부분 말고는 대꾸를 안하니
뜬금없이 집에 가는 나보고
영화 '달콤한 인생'을 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주방에 있는 아줌마를 꼬시고 싶었는데
아줌마가 나랑만 친하게 지내는게 못마땅했다는 것을.
그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우와 뭔 이런 추잡한 쌔끼가 다 있지?'이런 생각이 들어
매우 불쾌했지만
그냥 차분하게 알겠습니다 하고만 대답하고 말았다.
이야...내가 너님한테 모욕감을 줬다 그지?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21세기 들어 본 지랄중에 제일 신선한 지랄이었다.
30대 초반 총각이 무슨 할 일이 없어서
자기의 질투의 대상이 되나...
토 한 마디 안 달고 묵묵히 일하던 놈을
그딴 추잡스런 생각 속에 집어넣어 바라봤다 이거지.
하나는 고맙다.
이병헌 캐릭터로 봐 준 거.
황정민이나 에릭이 아니라 다행이다.
서울오면 술마시며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