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마당인데
식당 식구들한테 줄만한 선물도 고를 시간이 없었고
그럴만한 분위기도 아니라
가기 전에 정말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기억에 남을만한 걸 만들어줘야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재료들을 이것저것 모으다보니
나도 모르게 일본식 우엉솥밥을 만들고 있었다.
밥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동태탕도 끓이고...
하나하나 만들면서
그 동안 있어왔던 일들을 떠올리려 했지만
그렇게까진 생각나는 일이 없었다.
그냥,
주방에 간 이후로
식당 사람들한테
점심마다
가게 메뉴가 아닌 다른 것으로
이것저것 만들어줬던 일들이 생각났다.
맛있게 먹어주고
기분좋은 얼굴로 나를 쳐다볼 때,
사실 우동을 배운다는 것보다
나한테는
그게 더 행복했던 것 같다.
내가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이 행복하게 먹었을 때
그 행복이 내게 옮아갔었다.
그리고 이 가게에서 마지막으로 만든
식구들의 점심은
그들이 나를 쳐다보는 표정으로
다른 말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