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누끼우동을 배우겠다고
천둥벌거숭이처럼 요리판에 뛰어들어
광대처럼 재밌게 놀다 간다.
더러운 꼴도 많이 봤고
짜증나는 일도 수도 없이 겪었고
내 시간이 없어
친한 친구와 친한 형 결혼식도 못갔을 때에는
정말로 갑갑하고 트릿해서 견디기가 힘들 정도이기도 했다.
도중에 나가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걸 알고
그저 따를 수밖에 없기에
노예처럼 부려먹은 사장에게
경멸을 참으며 웃는 얼굴로 대하는 것도
참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정말 누군가를 보고싶을 때,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숙이고 절망한 밤을 수도 없이 보냈었다.
혹여나 여기에 있는 시간이
내게 의미없는 시간이 될까
두려워한 적도 있다.
하지만,
요리를 먹고싶어 온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책임감을 가지고 요리를 하려는 마음은 지켰다.
아무리 짜증나고 힘든 시간에 주문이 들어와도
최소한 내 파트만큼은,
주방장일 때는 총괄적인 책임을 지려고
애를 썼다.
가끔 손님에게 실망스런 요리를 낸 적도 있고
제대로 감독을 못해 내 기준보다 훨씬 못한 것을 낸 적도 있다.
그렇지만 절대 귀찮아서, 내가 힘들어서
아무렇게나 요리를 내주지는 말자는 맹세를
지켰다.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적은 돈을 받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일 궂은 일이 내 독차지가 되어도
대우받지 않고 하고싶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는
비록 친한 사람들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투덜거릴 때가 있었을지언정
지켜냈다.
마지막 날을 앞두고
내가 지켜낸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기술을 배운다는
단순한 목표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
소중한 것임을 깨닫았다.
나는 그렇게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일터에서 나간다.
또 다른 삶을 위해.
쿨가이로 다시 태어난 줄 알았지만 실상은 아직도 욱하는 성질을 못 참는 제 자신을 보고 실망을 했던 한 주 입니다.
다시 노력해야지!!! 빌리님도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