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元大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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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그믐달 (2) 2013/05/29 AM 01:03
나는 그믐달을 사랑한다.

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잡을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린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 버리는 초생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婦)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보름에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과도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



초생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객창(客窓) 한등에 정든 임 그리워 잠 못들어 하는 분이나, 못 견디게 쓰린 가슴을 움켜 잡은 무슨 한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달을 보아주는 이가 별로이 없을 것이다.

그는 고요한 꿈나라에서 평화롭게 잠들은 세상을 저주하며, 홀로이 머리를 흩뜨리고 우는 청상과 같은 달이다.

내 눈에는 초생달 빛은 따뜻한 황금빛에 날카로운 쇳소리가 나는 듯하고, 보름달은 치어다 보면 하얀 얼굴이 언제든지 웃는 듯하지마는, 그믐달은 공중에서 번듯하는 날카로운 비수(匕首)와 같이 푸른 빛이 있어 보인다.


내가 한이 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러한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 달을 많이 보고 또 보기를 원하지만, 그 달은 한 있는 사람만 보아주는 것이 아니라, 늦게 돌아가는 술 주정꾼과 노름하다 오줌누러 나온 사람도 혹 어떤 때는 도둑놈도 보는 것이다.

어떻든지 그믐달은 가장 정있는 사람이 보는 동시에, 또는 가장 한 있는 사람이 보아주고, 또 가장 무정한 사람이 보는 동시에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많이 보아 준다.

내가 만일 여자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믐달 같은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 나도향 [그믐달]



고등학교 국어책에 실렸었을거다.
3년 내내 국어책 국어자습서에 있는 지문만 읽고 다른 공부는 거의 하나마나였으니
이 글도 닳도록 읽었었다.

그 때 생각은 그랬다.
헤에~나는 센스있고 밝고 유머러스한 사람 만나야징~
나는 내가 그렇게 밝기만 한 사람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저 글이 생각나 다시 읽으니
그믐달같은 사람이 더 사랑스러운 것 같다.

아픔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감싸줄 수 있으니까.

오늘이 그믐달은 아니지만
여하튼 생각난 건 그믐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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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_    친구신청

전 달은 그저 좋습니다
하지만 별이 더 좋아요!

次元大介    친구신청

구름 _ // ㅎㅎㅎ 굳이 뭐가 좋으냐고 선택을 못 하겠네요. 그냥 자연은 다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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