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元大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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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아직은 어린 자네에게 (0) 2013/07/31 PM 10:54
세상은...
보기보다 잔인해서
사랑과 행복이 가득 그려진 도화지 무대위에서
항상 비극을 연기해야 하는 그런 연극같다.

늘 너를 크게 꾸짖었다.
비겁자,배신자 언젠가 반드시 댓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
이를 갈고 또 갈고 널 미워했다.
몸이 나빠지고 마음이 닳도록 미워하고 저주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응당 내가 가질 행복같은건 세상에 예약되어있지 않다는 거.
넌 니가 그때 가져갈 수 있는만큼의 행복을 가져갔을 뿐이란 거.
그리고 모든 게 니탓만은 아니였다는 것도.

지켜주기엔 너무 힘들었고
미워만 하기엔 너무 지쳐버렸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쩌면 예상했을수도
아니면 전혀 몰랐을수도 있는
그런 결과가 니 앞에 닥치는 시간이 왔을 때,

문득
그대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단 하나,
니가 가진 행복말고는
도로 다 찾아갔다.
아낌없이 원하는대로.

그런데 너는 다 잃었다.

희생이었든 헌신이었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든

내가 다 잃어버리고 끝없는 어둠속을 헤매이던 때처럼
너에게도 그런 때가 와 버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너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그제서야 사라졌다.
싸우다가 선생한테 몽둥이로 수십대,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서야
담배 한 대 피고 서로 뭣 때문에 싸웠는지 잊게 되는 같은 반 급우처럼...

내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분명 내게 줏대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인간이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비웠다.
너에 대한 분노도 미움도.

왜냐면 지금의 너는
니가 가진 행복으로 끝없이 기뻐할 때
한 쪽 구석에서 세상을 저주하던 나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미련의 무저갱에서
끝없이 헤매고 또 헤맸기에
미워했단 이유로
니가 그렇게 되는 걸 고소하고 기꺼워 할 수 없다.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못 된다.
미워한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이 한없이 불행해지길 원할 수가 없다.
독하지 못하고
멍청하고
그런 강단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너에게 말하고 싶다.

네게 지금 필요한 건
미련과 회한이 아니라
너 자신이다.

너를 찾아 니가 가지고 싶었으나
버리고 방치하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가져가라. 다시 정리해라.

미련이 가지고 오는 건 사랑이 아니라
미련일 뿐이다.

마음이란 좁은 공간에 모든 걸 넣으려고 해선 안된다.
마음엔 자기만의 용량이 있기 때문이다.

비우지 못하면 미련만으로 가득 차서
다른 훌륭한 것들을 하나도 못 넣게 된다.


미련으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무던히도 부정하고
미련을 정성이라 생각하고
정성을 순정이라 여기고
그것이 사랑이라고만 철썩같이 믿었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오는 것은
내가 날려보낸 미련이라는 부메랑 뿐이었다.

부메랑이 날아오며 만든 가슴의 상채기는
그 부메랑의 숫자만큼이다.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다.

다친 가슴에 반창고를 붙여줄 고마운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면 좋겠지만
사람은 그렇게 쉽게 인연을 만들지 못한다.
내가 계속 미련을 던지고 있으면 나에게 들어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를 좋아해주는 다른 사람이 내 부메랑에 다쳐서는 안되지 않겠느냐.


난 자네가
비겁하고 치사한 방법을 썼다는 것마저 아니라고 감싸주긴 싫다.
하지만 내가 알던 그대는
비록 우유부단할지언정 마음이 여리고 남을 도와주려는 자애가 있는 사람이었다.

부디 그 좋은 것을 내팽개치고
마음에 미련과 병을 쌓지는 말았으면하고 간절히 바라고 부탁한다.

이제 나와 그대는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먼저 미련을 마음 속에 쌓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다가오든
넉넉하게 사랑해 줄 수 있도록
차곡차곡 마음을 치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인연을 뜨겁게 사랑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
몇 년 동안이나 내가
무던히도 실패하고 또 실패했던 것이지만
누군가가 내게 했던 말들을
내가 정말 귀담아 들었다면
애초에 그래야 했던 것들이다.


그래야 미움도 한도 없어질 것이다.

그대와 내가 정말로 바라는 미래도
그렇게 되어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누가 뭐래도 그대를 용서한다.
나와 같은 사람을 사랑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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