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강공 드라이브가 맞다.
유시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이하 '유시민')가 민주당을 향하여 현재 중단돼 있는 5+4 협의체의 합의를 이번달 12일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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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기상으로 이런 류의 통첩은 필요하고 적절하다. 이쯤해서 민주당에게 강한 멘트를 날릴 필요가 있다.
문제는 유시민이 언급한 '중대결심'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대체로 <독자출마>로 이해되고 있다. 만일 그것이 독자출마라면 유시민은 스탠스를 잘 잡은 것이다.
유시민이 가진 카드는 두개다. 하나는 <5+4연대>이고 다른 하나는 <여론 지지도>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유시민은 <여론 지지도>만으로도 승부를 볼 수 있다. 참여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이더라도, 여론지지도가 여타 후보자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당연히 당선될 수 있다.
그럼에도 유시민이 <5+4 연대>라는 카드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소위 플라스 알파인 5+4 연대를 굳이 그것을 버릴 이유가 없다는 점, 5+4연대는 경기도지사 선거를 제외한 다른 선거구에서의 후보 단일화에 적용되는 중요 룰(rule)이라는 점 등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유시민은 <5+4 연대>를 통해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다른 지역구에서도 최대한 참여당의 지분(?)을 얻으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중일 가능성이 있다.
전략론의 관점에서 보면, 유시민의 전략은 탁월하고 적절하다. 이런 전략적 판단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
유시민이 가진 두 개의 카드 중에서 <5+4 연대>는, 그러나, 민주당이 좌우하는 카드다. 즉, 민주당이 <5+4 연대를 파기하고 독자노선을 가겠다.>라고 결단할 경우, 유시민은 자동적으로 5+4 연대 카드를 잃게 된다.
사실, 민주당은 <5+4 연대>를 파기해도 된다. 민주당이 그렇게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경우엔, 신생정당 참여당이 민주당을 이길 방법은 없다. 참여당은 고작해야 민주당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내는 것만 할 수 있고,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눈물을 버금고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산발적으로 출마를 강행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지방선거후 참여당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민주당은 바로 그 점을 노릴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이 5+4 연대를 파기할 경우, 민주당은 여론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의 비난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적어도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후보난립은 곧 <한나라당 후보 당선>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킬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는 모두 민주당 책임이다. 게다가 민주당에는 참여당을 상대로 강공 드라이브를 걸 만한 강단 있는 정치리더도 없다. 민주당이 어제 31일에 5+4 연대에 일단 복귀한 이유다.
사실 민주당의 최대 문제점은 바로 <강단 있는 리더의 부재>에 있다.
현재 민주당은,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는 식으로 10년의 집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정통성을 기반으로 지금 제1야당으로 버티고는 있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이 사라진 공간을 채울 거목(강단있는 새로운 리더)이 민주당에서는 아직 등장하지 못한 상태다. 두 전직 대통령이 퇴임한 상태에서도 총대를 매고 이명박 정권에게 각을 세웠던 것,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지리멸렬한 것 등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민주당의 지리멸렬은 적어도 5년간은 지속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유시민은 한 손에는 <여론지지도>라는 카드를, 다른 한손에는 <5+4연대>카드를 들고, 강도높게 민주당을 리드할 필요가 있다. 즉, 민주당에게 <5+4 연대가 파기될 경우, 그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민주당에게 있다.>라고 강력하게 경고한 후, 유시민은 <경기도지사 선거 독자 출마>를 본격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세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각당이 모두 후보를 내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효과가 있다. 비록 민주당이 31일에 5+4연대에 복귀했다고는 하나, 그 또한 유보적이다. 5+4연대는 현실적으로 깨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카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시민은 아쉬운대로 <여론지지도>라는 하나의 무기만을 들고 싸우는 것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으로 상정해야 한다.
둘째, 유시민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무조건 출마한다.>라고 강력하게 언명해두는 것은 경기도 유권자들에게 <확실한 후보자>임을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다. <시민단체에 백지위임했다.>라는 식으로 후보단일화에 올인하는 모양세는 유권들로 하여금 <출마 자체도 불확실한 후보다.>라는 인식 혹은 <어떤 다른 생각(예를 들어 경기도지사 선거 포기 대신에 은평을 보선 단일후보 밀약, 차기 대선출마할 사전 포석 등)이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을 줄 수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다.
셋째, 유시민이 <무조건 출마>라는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 여론 지지도가 낮은 민주당 후보는 결국 후보자리를 포기하게 되어 있다. 여론조사상으로 낙선이 확실하다면 도대체 민주당이 후보자를 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민주당이 후보자를 내더라도 높은 여론지지도를 가진 유시민은 되려 민주당에게 <표 분산책임자>라고 비난할 수 있다.
정리해보면, 유시민은 <무조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제1선으로 상정하고 이 상황을 <치킨 게임>으로 몰아가야 한다. 누군가, 간이 작은 자는 막판에 핸들을 한쪽으로 꺾게 되어 있다.
비록 조선일보 토론장에 올라온 글이고 이리저리 냄새가 나지만 그럭저럭 읽어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