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게를 연지도 네 달을 맞이한다
처음 올라왔을 때 있었던 행복했던 일들도
진솔한 이야기들도 설렘도 지나가 버렸지만
지금 가게 터에 계약을 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야 당연히 여기에 가게를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먹고 있던 터였기에
망설이지도 않았다
정말 잘 됐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런데
집에서 잠이 들 무렵
문득 부산에 계신 부모님이랑
우리 집 강아지 쿠로가 생각났다
이제 서울에 가게를 차리면
왠만하면 돌이킬 수 없다
나를 끔찍이도 좋아하고 따르는 쿠로는
이제 나이를 제법 먹었으니
이제 죽을때까지 평생 명절이나 특별한 일 없으면 볼 수 없을테고
부모님도 어쩌다 한 번 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과연 후회없는 선택을 했나
삶의 소소한 행복들을 다 내려두고
여기를 택한 것이 한 점 후회가 없을까 고민에 빠졌었다
눈을 감아도 이상하게 부산에 두고 온 것들이 아른거려
잠이 오질 않았다
스무살 어린이도 아니고
나이 서른 셋에 이런 고민이 갑작스레 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그 당시에는 뒤척거린 다음날
내 행복을 위한 선택이었다 자위하며
앞으로 생길 행복만 상상했으나
인생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그토록 각오를 하고 마음먹은 일들은
다 옛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이젠 그냥
그날 뒤척거렸던 그때의 기분만
마음 한켠에 남아있으니
인생은 알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