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내가 만난 모든 이들이 내 스승이겠으나
각별히 스승으로 생각하는 선생님이 계신다.
학자로 이름을 알리고저 많은 노력을 하셨으나
돈과 뒷배경 없이는 말단 교수자리조차 오르기 힘들다는
현실의 벽에 절망하여 재수학원 강사로 돈을 버시며
늘 술을 가까이 하시고 자포자기 상태이실 때 나를 만났다.
술에 찌드시고 선생들 사이에서도 기인이라 손가락질 받던 양반이나
난 그분이 좋았다.
수준 높은 가르침과 냉철한 논리가 항상 머리 속을 후벼파듯 나를 자극했다.
선생님은 얼마 후에 그리도 원하던 교수자리로 가셨다.
그 시기엔 거의 나를 맨날 부르다시피하셔서 술자리를 같이했다.
내가 한 일이 있지도 않을텐데 마치 부적이라도 되는 냥 부르셔서
옆에 나를 두고 드셨다. 그만큼 기쁘셨으리라.
나 또한 기뻤다.
늘 그분이 잘 되시기만을 바라면서
술에 쩔어계시면 안 된다 선생님은 잘 되실 분이라고 질책같은 응원을 했었으니까.
스승이 절망하고 계시던 그 때가 생각난다.
선생님 가슴 속의 님은 학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시는 것, 가지고 계신 좋을 것들을
나와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 유쾌하게 가르치는 것이 그 분의 꿈이셨을 것이다.
그 분에게는 그것이 마음 속의 임금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너른 포부를 갖지 못하여
작은 꿈을 꾸었으나
마음의 임금이 없어져버린 지금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술이 잦아지고
허탈함은 커지는데
날 지켜주는 이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
내게도 스승의 절망을
그대로 이어받을 시기가 온 것같다.
포기하지 말라고 무너지지 말라고
스승을 설득하고 다그치던 나인데
마음에 다른 임금을 두지 못하는 어리석은 나는
스승에게 큰소리를 치던 패기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