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만약 '자리'나 '위치'라는 것이
허울뿐인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의 관계를 의미한다면
높이 있을수록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고
많이 쌓을수록 잃을 것도 많을 것이다
만약 그것을 굳건히 만들어줄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책임일 것이다
책임질 수 없이 방만하게 쌓아나간 인간관계는
쌓아놓은만큼 무너질 것이고
언젠가는 자신에게 화로 돌아올 것이리라
내게는
과연 그러한 책임감이 있는가
방만하게 사람을 쌓지 않을
분별이 있는가
또한 많은 사람을 모으고도
교만치 않을 우직함이 있는가
그것을 알 수 있을정도로
내 자신을 잘 알고 있는가
남자나이 서른을 넘으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며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스스로를 잘 알게 된다지만
난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하나는 알고 있다
나를 잘 모르는 이들은
지나치게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나
사실 너무 자신감이 넘쳐
나를 망칠까 두려워한다는 걸
이런저런 잡념이 많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