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정말 갑작스레
몇 년간의 지옥 밑바닥같던 삶이 떠올랐다.
아무리 마음을 주고 용을 써도
결코 닿을 수 없었던
몇 년간의 나날들이.
나는 제자리만 맴돌았고
그 좆같은 진창 속에서
허우적댈수록 빠져만 들어갔었다.
타인의 행복이
내 행복일거라는 착각속에서
정작 나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밑빠진 독에 그저 물을 부으면 되는 줄 알고
하루하루 상처받고 만신창이 된
내 마음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선택을 감당할
능력도 없는 주제에
난 다 잘한것마냥
건방을 떨었다.
모든 걸 문득 깨달았을 때,
내게 남은 것은
추억도 교훈도 아닌
공허함 뿐이었는데도.
갑자기 병신같이 살던
그런 나날들이 떠올라서
아무런 의욕도 없어지는 이 때,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자연현상이 내 마음을 알아주어
하늘에서 떨어질 리야 없지만
참으로 공교롭다는 생각을 했다.
빗 속에 묻혀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온전한 내 자신으로만 있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