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를 알게된 건
아마 마이피를 첨으로 시작하던 때였던 것 같다.
서울서 한참 혼자 살다가
부산에 다시 내려온 후,
처음으로 그 흉칙한(?) 레슬링 장면과
기괴한 비명소리,신음소리를 들었을 때
갑자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모처럼이었다. 그렇게 신나게 웃은 건.
굉장한 외로움과 절망속에서
허무해 할 때였으니까.
이후로 다른 마이퍼들의
마이피에 가가라이브가 설치되어 있으면
내 닉네임은 무조건 빌리헤링턴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더 편하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천운인지 친한 사람들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나는 항상 그들에게 빌리라 불렸다.
난 그게 참 좋았다.
사람들이 마이피 들어와서
빌리성 빌리성 부르면
내가 빌리를 첨 보고 웃었을 그때처럼
다른이들에게도 웃음을 주려고 했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건대
사람들이 빌리성을 찾으며
나를 통해 위안이 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때가
내게는 참 행복했던 시절인 것같다.
하지만
내게 게이에 대한 나쁜 의식을 없애주고
힘들 때 웃음을 주던 그 양반이
군국주의를 찬양한다면
나는 더 이상 그 닉네임으로 불리고싶진 않다.
박정희 전두환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내가
그와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더 이상 팬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늘 빌성 빌성 찾아주던 이들에게
항상 고마웠고 행복했다.
이젠 빌리가 아닌
그냥 내 이름 조선량이나
지겐 다이스케로 불리는 것조차
어색할 지경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