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우 유명한 지식인의 책을 읽었을 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놀라운 개념이나 대단한 주장은 별로 없다.
그저 지식인들이 하는 말은
'소통하자,평화롭게 살자,소외된 소수에게도 권리를 부여하자,
투명한 정치를 하자, 파시즘이나 왜곡된 애국주의를 지양하자.'
이런식의 뻔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내용의 철학서적은 중요한 것인가?
당연한 내용을 지식인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인식시켜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지금은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예전에는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비교적 최근인, 독일 제국시대의 노동자들은
'반군주≠반애국'의 개념을 이해못했다.
즉, '군주 = 국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가 지금 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도
과거 특출했던 지식인들이 줄기차게 궁리하고 연구했던
굉장히 가치있는 사고의 산물이다.
철학도 수학과 마찬가지로
'1+1=2'와 같은 지극히 뻔한 개념으로 시작하여
점점 발전하고 대중화된 후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단계 없는 발전은 없다.
그러나 단계를 거쳐가면서 발전의 의미가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이런 보이지 않는 관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즉,무식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이런 기초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눈에 확 띄는 결과를 중시한다.
중세 게르만을 보라.
로마의 카톨릭 신도들이 예수 이야기를 하니 믿지 않아 할 수 없이
십자가에 예수가 못박힌 형상을 만들어 보여주고서야 예수를 믿었다고 한다.
요상망측한 인공 개천을 도시 한복판에 만들어놓고
'보라! 날 믿을지어다!' 소리를 지르는 21세기의 선지자가 통치하는 어떤 나라도 그렇다.
수백년 동안 철학자들이 피를 토하고 죽어가며 대중에게 전해주었던
그 기본적인 지식이 무시당하는 사회는 퇴보하는 사회다.
공기처럼 보이지는 않으나 사회의 기초를 만드는 학문.
내게 있어 철학은 공기이다.
그 결과인지, 이 나라는 겉모양만 번지르르한 꼴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발디딜 토대(윤리이든 자연과학이든, 철학이든...)가 없으니 점점 부양할 힘을 잃고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