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미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기로 한 이에게
충성을 다하지 못하고
마음 속 깊숙히 불신과 미움을 가졌었으므로
늘 불충자라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매일은 우울하기 짝이 없었고
삶을 스스로 황폐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에게만큼은
마음 아픈 곳도 어루만져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같이 있어주려고 애쓴다.
그게 내 삶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데
한 번씩은 회의감도 든다.
이래봐야 내가 얻는게 뭔가라던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이런 고뇌는 아니다.
그건 이미 어릴 때, 다 버린 생각이다.
해주고 싶은만큼 해주고 안 돌려받으면 그만이니까.
그래도 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내 어깨를 빌린다는 건
무거운 일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항상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가식이든 위선이든 좋으니
내가 그렇게라도 해낼 수 있는
그릇이 되는가.
그저 애인이나 한 명 있고
내 가족,식구들 건사하면
그걸로 만족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
세상 모두가 내 식구가 될 수는 없으니...
몇 년 지나면
세상 온갖 미혹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 된다고 하는데
나는,우리는 과연
얼마나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
얼마나 강건하게 마음을 다스릴 것인가.
나는 그래서 못난 사람이다.
바보이고 모질이다.
한 번 지게 되면
쉬 내려놓질 못한다.
한 숨 돌리고 쉬지를 못한다.
그래서 또 상처입고
혼자 싸맨다.
정신이 버텨주면 좋을 일이다.
지난 시간동안
이나마의 글이라도
마음껏 눈치보지 않고 휘갈길 수 있었기에
나는 버텼다. 가까스로 버텼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또 버티고 버틸 수 있는
그 정도의 그릇만 되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