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울 생활 때
가까이 있어, 매일 산책하던 정동.
역사가 그대로 스며 있는 길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길이라
가장 서울 답다고 생각하는 곳이다.
올해는 여름이 다 가도록
가게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홍대나 강남을 몇 번 갔을 뿐.
간만에 정동을 거닐었다.
친숙한 가로수길.
모든 골목과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이
그대로 남아 있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이에게 내가 보았던
그 아름다움들을 보여주려고
고이고이 숨겨둔 것들.
다 보고 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도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거다.
서른 세해를 간직했던 꿈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꿈.
허황되고 비현실적인 그 꿈은
산책로 곳곳의 추억들에
보물찾기처럼 숨겨두고
그렇게 다시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