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5년이 훌쩍 넘었지만
명동성당에서
첫사랑 여자애를 기다리던 때가 생각난다.
삐삐도 안 가지고 다니던 시절
공중전화 한 통으로 약속해놓고
명동성당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눈이 참 많이 왔는데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녀가 오질 않았다.
뭔가 일이 있구나...
만나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그저
내리는 눈이 너무 좋아서
눈만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일주일 가까이 있던 서울
다음 날 바로 내려가버렸지만
아직도 담배를 피며
바라보던 눈이 생생하다.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봄의 초입이지만
오늘은 왠지
그 날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