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구들을 우르르 몰고 돌아다니던 97년의 도시와
아버지가 친구들을 우르르 몰고 돌아다니시던 64년의 도시는
같은 장소였을지라도
다른 장소이다.
그때 내가 바라보던 세상과
아버지가 바라보던 세상은
얼마나 달랐을까.
무엇을 가지고 노시고
무엇을 드셨으며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슬퍼하셨을까.
그때의 아버지는
아들을 상상이나 하셨을까.
아들을 가졌을 때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아들이 아버지를 신처럼 바라봤을 때 아버지는 어떤 기분이셨을까.
아들이 아버지를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처럼 바라봤을 때 아버지는 어떤 기분이셨을까.
어린 아들이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며 온갖 것을 물어봤을 때 아버지는 어떤 생각으로 대답하셨을까.
다 큰 아들이 아버지에게 세상을 모르신다는 듯 온갖 것을 가르치려하듯 말했을 때 아버지는 어떤 생각으로 들으셨을까.
미운 사람
이 고집쟁이 영감.
근데 보고싶다.
나도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럼에도 그렇게 모두가 부모가 되는 거겠죠.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