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데리러 역에 갔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밤이라
평소보다는 조금 서둘러서 출발을 했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역 입구에서 담배를 폈다.
약하게 바람이 불었고 얼굴에 비가 튀었다.
비를 약간 맞으며 담배를 피는 그 느낌이 좋아
우산을 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한 아가씨가 다가와서 불을 빌려달라고 했다.
무심한 얼굴로 쳐다보면서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그녀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서
걱정된다는 얼굴로 비 내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와 나란히 서서 담배를 폈다.
나는 그녀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지만
자꾸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늦은 밤이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다.
우산을 살 곳도 마땅치 않다.
'우산 없으시면 택시 타는 곳 까지 씌워드릴까요?'
이런 상황에서 평소에는 당연히 했을 질문이지만
그저 멍하니 비오는 밤하늘만 바라보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이내 역 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우산을 쓰고 같이 갔다고 한 들
하룻밤의 인연이 생긴다는 보장도 없고
다시금 인연이 닿아 만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산을 쓰고 같이 걸었다면
나중에 내게 행운이 찾아왔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와 우산을 쓰고 잠깐 걷기엔
너무나 보고 있기 좋은 비가 내렸고
비 오는 역의 좁은 계단을 걸어가기엔
한 개피 담배가 너무 구수했다.
나는 잠깐 멍하니 서서
내가 잃은 기회에 대해 생각하다가
열차 도착을 알리는 방송을 듣고
대합실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