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元大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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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환경결정론 (1) 2010/11/04 AM 04:05
꽤나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와 술자리를 했다.

'잘 지냈냐?'

전혀 진심이 묻어있지 않은 형식적인 인사다.

술자리가 한 시간이 되도록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자신의 빈곤한 처지를 이야기한다.

나에 대한 것은 전혀 묻지 않고 자신 빼곤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자신의 인생사를 늘어 놓는다.

집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취직을 했는지,
돈을 모으려 해도 빚만 늘고 희망도 하나 없다는 이야기다.

잡다하고 길지만 전혀 재미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간만에 만난 친구에 대한 반가움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표정으로
내 눈을 계속 쳐다 본다.

나는 잠깐 한숨을 쉬고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다.

'환경이 사람을 지배한다.'

'뭐라고?'

'가난한 환경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삶의 질이 나아지기가 쉽지 않다.
남들 이상으로 노력하며 살았으나 힘든 환경 속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아니냐?'

'뭐, 그 비슷한 이야기지.'

'학창시절부터 힘들었던 건 옆에서 본 내가 잘 알지. 그런데도 굳이 그 이야기를 다시 하는 건 과거를 다시 곱씹으며 추억을 돌이키는 것도 아닐테고, 왜냐하면 너는 지금도 힘들다고 나한테 죽는 소릴 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환경이 사람의 운명이나 성향을 결정해 버리는 데 대한 부조리를 타파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더욱 진보한 사회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랑 해 보자고 온 것도 아닐 거고, 결국은 힘든 니 처지를 내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이야기를 한 거네?'

잠시 눈썹을 치켜 뜨더니 이내 표정을 바꾸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래 내가 요새 힘이 드네. 너는 잘 모를거다.'

'당연히 알 수가 없지. 버는 족족 업소에 탕진하고 집안에 이상한 거 사모으는 데 돈을 다 쓰고 뭐가 또 필요해서 대출까지 하는 걸 내가 어떻게 알겠냐?'

'뭐?'

'요즘 학교애들한테 돈 빌려달라고 하고 다니는 거 안다. 쓸데없는 환경 탓 하지말고 애당초 돈 빌릴 일을 안 만드는게 낫지 않겠냐.'

'말이 지나치네.'

'돈을 안 빌려주면 나랑은 그다지 할 이야기가 없겠네?'

'에휴...시벌. 갈란다.'

'잘 가라. 돈도 없다는데 술은 내가 살게.'

기분이 좋든 좋지 않든 술을 시작하면 얼큰하게 취할 때 까지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 스타일의 인간이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거면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야기다.

그 친구가 자리를 뜨고 난 마저 술을 마시며 생각했다.

쓸만한 곳에 돈을 쓰고자 해서 나를 만난 거라면 나는 빌려주지는 않아도 능력 되는대로 얼마정도의 돈을 주었을 것이다. 그 친구가 다시 돌려주든 돌려주지 않든.

하지만 그는 어디에 돈을 쓰는지 내게 말을 하기가 두려웠던 것이고, 어설픈 환경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해가며 눈치를 보며 내가 흐트러지면 돈을 빌려달라는 이야기를 하려했던 것이다. 즉, 나라는 인간보다 빚을 갚을 돈이 더 절실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사람의 관계를 거래하려 하는 사람에게 무슨 미련이 있겠나. 나를 버리든 말든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좋다. 진실한 관계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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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이반님께 기운을 북돋는 말을 적고 싶은데 글재주가 부족해서 적질 못하는 군요--;;

여하간 버리고, 버려지고 라는 단어는 그저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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