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아니지만 넉넉한 편의 집에 태어난 이유로 인해
스스로 산업전선(알바)에 뛰어든 적 말고는 딱히 배고파 본 적이 없었다.
먹고 살 걱정이 없으니 여유롭게 삶을 즐길 수가 있었다.
성과가 안 날지언정 하고싶은 공부는 다 할 수 있었고
학교다니며 사업을 하는 것 빼곤 해보고 싶은 일 다 하고 살았다.
학창시절에 친구들(선후배 포함)이 '어떻게 저토록 여유로울 수가 있냐'며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나한테 할 때도 별로 신경쓰고 산 적이 없다.
대학공부 자체도 학점에 목을 맨 적이 없이 그냥 무난하게 끝냈다.
실제로 나는 자존심상 회계원리 재수강을 딱 한 번 한 것 말고는
아예 학점취소나 계절학기 수강 및 빡빡한 수강 스케줄도 없이
다이렉트로 대학을 졸업했으니 말이다. (그 덕에 학점은 3.25던가 27이던가 기억이 안남)
여유로운 상황 + 사치품이나 지속적 지출을 요하는 취미 또는 유흥에 관심이 없는 성향
=돈에 걱정이 없음
저런 공식이 성립되다 보니 매사가 (경제적인 면에선)여유로울 수 밖에 없다.
즉, 이것 저것 손을 대 볼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더 여유롭게 보고 싶은 책을 보고 가고 싶은 정치집회에 참석하며 인맥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은 남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정치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 갈 수 있다. 그것이 만약 어떤 사람에겐 성공의 기준이 된다면 나는 성공하기 더 쉬운 입장에 있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정도는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이므로
자랑할 이유가 없다.
문득 생각해 보면 나는 맨 위는 아니어도 정삼각형 피라미드 중하~중상 정도의
중턱에서 인생을 시작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대기업 취직이나 철밥통-대부분의 국가에선 비영리 봉사직인 공무원을 이렇게 인식한다는 자체가 스스로의 무식함을 드러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임명에 목을 매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정상적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여건 속에서의 불가피한 선택' 이 아닌 '정신적 천박함과 무지의 소치'로 호쾌하게 비판하며 학창시절을 보낸 것도 저러한 여건 덕이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점 하나는 내가 정삼각형 피라미드의 어느 언저리에서 출발했으니 나보다 여건이 못한 사람은 '그보다 약간 아래'서 출발했다고 믿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회는 정삼각형 피라미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마름모꼴 다이아몬드형이라고 나는 본다. 즉 정삼각형 피라미드 아래 역삼각형 피라미드가 하나 더 붙어 있는 것이 사회의 구조일 것이다. 역삼각 피라미드 위에 있는 사람은 걸어서 올라갈 수가 없다. 두 삼각형이 합쳐지는 꼭짓점까지 철봉놀이하듯 두 팔로 떨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서 자기 자리를 지탱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구조로 이해하면 기회의 균등 따위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루리웹이 좋아하는 스타일에 맞게 한 줄 비유 요약을 하자면,
노력해서 실력을 키워도 실력없는 현질 플레이어를 결코 이길 수 없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놓고 억울하면 현질하라고 정당하게 실력을 키운 플레이어들을 매도하는 것이 지금 내가 인식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구조이자 자본주의 구도이다.
현질을 하기 싫어서 실력을 키우나? 현질을 할 돈이 없으니까 버티려고 키우는거지.
매우 동감합니다. 그리고 기득권층이던 비기득권 층이던 대를 이어서 재생산되게 하는게 목적인양 느낍니다. 결과적으로 카스트제도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