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말엽 칸바쿠(關伯:현대로 따지면 수상보다 조금 더 위에 있는 직책)에 취임한 기노시타 히데요시(木下秀吉,후에 豊臣秀吉(도요토미 히데요시)로 개명)는 스스로 태합이란 직책에 취임해 만인 위에 군림하면서 임진왜란을 일으키는 등 많은 실정을 했다. 후계자 지정마저 공정성을 잃고 마음대로 결정해버리고, 그는 교토에 지은 거성(居城) 후시미성(伏見城)에서 대규모 벚꽃놀이를 연 직후 병사(病死)했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벚꽃놀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천하고 비루했던 과거부터 꾸었던 꿈이었는지, 늙어 죽기 직전까지도 권력을 과시하고 싶어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벚꽃놀이를 보러 온 백성들은 분명 이 아름다운 벚꽃이 전쟁으로 인해 모두 불에 타버린 폐허가 되지 않길 바랬을 것이다.
나는 그런 민초들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사랑한다. 평화스런 사회를 가만히 놔두지 못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싸움이 싫다.
사람들은 자꾸 싸운다. 싸워야 할 때 싸우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울 때 싸운다.
벚꽃을 보는 마음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면 좋을텐데 나 또한 항상 사람들의 싸움 속에 끼어있으니 답답한 마음이다.
아파트 단지에 벚꽃이 무성하다. 꽃잎이 떨어지기 직전이 최고라고 하더니 정말 아름답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움을 즐겼으면 한다.
...평화는 사실 위태위태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많은 구성원의 불만, 편중된 경제라는 짚더미 위에 언제고 안쪽, 바깥쪽으로부터 불씨가 확 던져지면 활활 타오르게 되는 모양처럼 생각되더군요.
열심히 불씨를 끄려는 사람들이 많다면야 좀 낫겠지만... 적어도 평화라는 상태에서 계속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나마 걱정은 덜하겠지요.
허나 [뭘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않는데 차라리 전쟁이나 일어나라]는 식으로 불만을 해소하려는사람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 안보를 상업화하고 불안을 조장하는 언론, 그런 언론과 발맞추는 정치인 등이 많은 것을 보면,오히려 [근 30년내에 전쟁이 없으리라 여기는게 어려울 것]이라는 일련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럼에도 분명 평화 위에서 자식을 낳고 키우고 늙어가고 평온히 삶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이니...
여하간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꽃놀이와 식도락을 맘편히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작은 노력이나마 성실히 해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