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산행은 나를 도울 장비나 인력이 없으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산은 낮과 밤의 얼굴이 완전히 다른 사람과 비슷하다.
험한 산이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위험하지만,
우리가 만만히 보는 동네 뒷산도 밤이 되면 전혀 다른 장소가 된다.
지금 내가 있는 곳 바로 앞에 금정산 능선을 탈 수 있는 어귀가 하나 있다.
낮에는 올라가는 도중에 밭도 조금 있고 아늑한 분위기지만
밤이 되면 묘하게 악마의 아가리같이 모든걸 빨아들일 것 같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나는 야간산행을 절대 안 하는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거기에 자꾸 가고싶다는 충동이 일어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번 달에 벌써 두 번을 밤에 올라갔다.
처음은 보슬비가 내리는 밤이었고
두 번째는 계곡풍이 부는 싸늘한 밤이었다.
앞이 안 보이기 때문에 거의 기다시피 올라갔고
능선을 타기도 전에 다리가 무거워져서 얼마 안 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지쳐버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지칠대로 지쳐서도 계속 올라갔다가 능선을 보고 다시 내려왔다.
마치 뭔가에 홀린 것 같다.
오늘도 잠시 낮잠을 자는데, 올라가던 도중에 보이던 산고양이 가족의 안광(眼光)이 꿈에 보였다.
대체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