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元大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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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민간설화의 이해 (0) 2011/06/19 PM 11:32
밤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두운 골목에서 한 아가씨가 몸을 감싸안은 포즈로 앉아서
울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룸밀러로 다시 뒤를 보니 아가씨가 보이지 않았다. 쓴웃음을 지으며 '뭐야 귀신인가' 이렇게 혼잣말을 했는데, 그러고보니 우리는 왜 항상 흐느끼는 젊은 여자나 힘없는 노파를 '귀신'이란 단어를 볼 적에 연상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보면 귀신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혼에 관한 이야기가 제일 많다. 원혼이라는 것은 본디 인간이었던 시절에 99.9% 약자였던 경우가 많다. 귀신이 된 사연을 보면 결국 그 시절의 하층민이나 가장 약한 인간이 죽어서 복수를 위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 제일 보편적임을 알 수 있다.

사실 귀신이란 존재가 귀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힘 없는 사람들의 소망을 은유하는 것이다. 권력자나 많이 가진 자들이 힘 없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괴롭히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것에 대해 보복을 당할것이라고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림으로서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도록 종용했던 것이다.

비단 귀신 설화가 아니더라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권력자들의 횡포를 고발하며 그들에게 경계하고자 퍼뜨린 이야기는 여러 가지이다.

예를 들면 춘향전은 윤락여성을 노리개 취급하던 대갓집 자제들과 탐관오리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반성하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변사또와 같은 탐관오리는 윤락여성을 마음대로 괴롭히면 패가망신하고, 이몽룡과 같이 여자들을 마음껏 희롱하는 대갓집 자제들은 공부에 힘써 자신이 희롱하던 여자에게 책임을 지라는 (약자들의)소망이 숨어 있는 이야기이다. 또 장화홍련전은 계모가 유산을 위해 청부업자(장쇠)를 시켜 남편의 딸인 장화홍련 자매를 강간살해 후 시체유기한 사건의 결과 계모와 청부업자가 육(肉)젓이 되는 다소 끔찍한 결말을 통해 힘없는 부녀자에 대한 극악범죄가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경계를 하고자 했다.

21세기가 되어서도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이 권리를 찾아가는 움직임을 못마땅해 하는 남자들이 많고, 권력자는 여전히 못 가진 사람들을 괴롭히며, 부자들은 가난한 자를 경멸하는 세태가 계속되고 있으니 아직도 귀신은 약한 사람들이 죽어서 되는 것인가보다.

부조리가 낳은 가엾은 산물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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