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끝났어요. 동시에 내 나라가 끝났고, 그리고 내 마음 속의 무언가가 끝났습니다.
할아버지가 희생하여 이루어낸 것을 아버지가 전부 말아먹었고 나에게 남은 것은 수많은 빚더미 뿐이네요.
내가 내 자식에게 물려줄 때가 되었을 때는 그 빚더미는 산처럼 불어있겠네요.
5년 동안 많은 것을 잃었고, 이제 다시 5년 동안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릴 겁니다.
빌어먹을,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개인의 방법은 자식을 안낳고 빚과 함께 자신을 끝장내는 것 뿐이에요.
인간은 꽃이에요.
한 송이 꽃을 피운 뒤에는 씨를 남기죠. 그리고 그 꽃은 씨를 위해 거름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 썪어가는 꽃을 살리기 위해 씨가 거름이 되는 판이네요.
얼마전 장도리에서 나왔던 것처럼, 88만원 세대에게는 의무만 남을 겁니다.
그 의무 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그저 고통받는 인생입니다.
더 우스운 것은, 그들이 가진 희망이 오히려 고문이 될 것입니다.
희망을 위안삼아 살지만 사실 그 희망이 없으면 그들은 훨씬 편할 것이 뻔합니다.
그들의 희망은 덧없습니다.
오늘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를 지껄이면서 자신의 무지를 펼치는 사람들에게 반론할 수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에요. 아니, 진실은 중요하지만 직면하는 현실에 비하면 사실 그다지 가치가 없나봅니다.
저버렸으니까요. 패자는 진실을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명분이고 선의고 나발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힘입니다.
우리의 진실, 상식, 합리, 미래지향은 거짓, 몰상식, 불합리, 과거지향에 패배했어요.
5년전 멸망한 내 나라는 5년 후 역사에서 서서히 사라지겠군요.
약했지만 너무나 진실되고 이상적이었던 내 나라 민주주의는 사라졌어요.
무능한 민주주의자들은 스러지겠네요. 전향하거나. 운 좋으면 종속할 수 있겠죠. 그러나 운이 좋을 경우죠.
무지한 식민주의자들은 오늘의 승리를 기뻐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불행해지겠지만 그들은 다행입니다. 민주주의자들의 탓으로 돌려 욕하며 위안삼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제국주의자들은 두 집단을 비웃으며 배를 불립니다. 그리고 대가리가 커지겠고, 그 무게를 감담하지 못하는 무능한 집단과 무지한 집단은 짓눌리겠네요.
그래도 제국주의자들이 자신이 먹고남은 음식물쓰레기는 남겨줄겁니다. 그거 먹으면서 살아가면 됩니다.
5년 후에 과연 이 나라은 무엇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미 조짐은 오래전부터 보였으니 무엇무엇 잃어버릴지는 그리 예상하기 힘든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궁금한 것은 그 때도 국민은 남아있을까요?
전 오늘부터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안 죽으려면 열심히 해야하거든요.
죽으나 사나 5년은 이 XX같은 곳에 살아야할 것 같아요.
그 이후는... 잘하면 이 곳에서 투표할 일 없을 겁니다.
다른 경우는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