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와 약간 서먹서먹... 혹은 서로 앞에서 웃으면서
뒤에서는 싫어하는 사이가 되었어요.
이제까지 이유를 짐작만하고 확실히는 몰랐는데...
자려고 눕는 순간 떠오르는게 있네요.
일단 그 친구는 저와 같은 학년의
하지만 저보단 한 살 어린...
나이에 연연하진 않아서 그냥 친구 먹기로 했어요.
성격은 괜찮고 게다가 좀 웃겨요.
친구로서 좋은 놈이죠.
한 학기동안 정말 친하게 지냈어요.
사실 전역하고 나니 걔 말고 친하게 지낼 사람이 없기도 했고요.
얘랑 얼마전부터 약간의 불화가 있는데...
아무래도 이유가... 걔가 저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답정너도 아니고 자뻑글도 아니에요.
그냥 사실만 말할 뿐이에요.)
걔랑 친해지다보니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다보니 알게된 것들이에요.
1. 가정형편
친구네 가정형편이 나쁘진 않은데... 그렇다고 안심할 정도는 아닌가 봅니다.
근데 저의 경우는... 음 이런 말 하긴 좀 그렇네요;
아버지도 대기업 다니시고... 외가가 상당해서 지원이 많네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민감하니까;
2. 유학
친구는 내년에 중국 유학을 가는데, 그걸 위해 정말 사정사정 했나봐요.
저 같은 경우는 내년에 집안에서 가라고 성화인데... 저는 안 갈꺼라고 우겼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아니거든요.
3. 키
친구가 자기 키에 자부심은 있더군요. 178일겁니다.
스스로 자긴 키 크다고 하더군요.
친구가 작다고 저는 생각하진 않아요. 그러나 크다면서 위세부릴 정도는 아닌데...
키 작은 애들한테 간혹 그러더군요.
그리고 처음 얘기했을 때 친구가 저를 별로 안 좋게 봤다고 합니다.
키가 크다고...-_- 키는 공개X
4. 여자?
어떻게 알게된 여자애에게 친구를 소개시켜줬는데
여자애가 친구를 맘에 들지 않음... 근데 나를 맘에 들어함.. 여기까지;;
이 때 친구가 조금... 절 별로 좋게 보지 않았네요...
넘어가진 했지만...
그 외에도 몇개가 있긴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친구랑 어느날 밥을 먹었어요.
제가 일하는 편의점에 좀 귀엽게 생긴 중국인 여자애가 있어요.
친구가 맘에 들어하더군요. 근데 여자애가 이미 남친이 있었어요.
중국인들이랑 친한 친구는 이것저것 들었답니다. 곧 헤어질거란다면서.
저는 여자애 남친을 봤었는데, 상당히 준수하게 생겼더군요.
그래서 남친 꽤 잘생겼다고 말했는데...
친구가 중국인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네요.
그래봤자 중국인이라면서 걔가 그래봤자 얼마나 생겼겠냐면서.
또 있긴 한데... 언급하지 않을게요.
저는 중국인도 아니고 그들을 변호할 생각도 없지만
중국인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국제무역에 관심이 있어 중국어를 배우고
내년에 유학을 갈거라는 친구의 모습이 조금... 없어보였습니다.
자기는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배알이 꼴리더군요. 너무 한심해보였어요.
그래서 한마디 했죠.
걔가 너보다 잘생겼다고 넌 얼마나 잘났냐고...
그리고 조금 실수를 했어요... 너보다 훨씬 잘생겼다고 말하고는
객관적인 평가랍시고 어쩌고 하다가... 저랑 친구랑 중국인이랑 비교하고 그랬네요...
실수했다는 것을 알고 아차했는데, 친구가 말 싸가지 없게 한다면서
제 외모(...)에 관련해서도 끌어내리고 어쩌고 저쩌고...
실수한 것을 아니까...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마음에
그렇다고. 걔 잘생겼다고 이런 말을 했어요.
그리고 그냥 넘어갔죠.
그날은 그냥 넘어갔는데... 그 이후로 무언가가 느껴지더군요.
걔랑 또 한명 친구랑 세명이서 같이 다녔는데,
얘가 제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네요.
그리고는 또 다른 친구와 서로 아는 얘기만 하네요.
게다가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길가다가 고양이만 보면 학대하는 겁니다.
고양이 쫓아가서 걷어차고... 그놈이 미친건지 아니면 그런 기질이 있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친구는 제가 동물 좋아하고 불쌍히 여기는 것을 알거든요.
저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어떤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구역질이 나오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나 보라고 하는 것 같네요.
그래서 친구를 멀리했습니다.
어짜피 이번학기에는 같이 듣는 강의도 없고
같이 자주 운동하는데, 사실 혼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서로 지향하는 방향도 다르고...
그리고 사실... 음... 친구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친구랑 다니면서 많이 느슨해진 느낌입니다.
이 때문에 예전에도 그냥 혼자 다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죠.
차라리 잘 됐다 싶어 그냥 혼자 다녔습니다.
외롭긴 한데 시간관리는 잘되더군요.
그러다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려다가 기회를 놓친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원래 추석 때 주변 지인에게 전화로 인사 전하는 것을 아버지에게 배운터라...
간만에 이 친구와도 연락을 했습니다.
괜찮냐고, 힘내라고. 뭐 그렇게 얘기하고...
그러다 어제 일 나가기 전에 또 다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서 나가봤습니다.
친구도 있더군요.
술 한잔 하자는데... 일 나가야하는데 술 마실 수는 없어서
그냥 마시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가 묻습니다.
너 나한테 사과할 것 없냐고...
짐작가는 것은 좀 있습니다. 밥먹은 때 말고도...
정확히는 저는 사과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하면서... 정확히는 걔가 행여 기분나빠할 것들을 생각하긴 했었죠.
그래서 그래 이참에 한번 속 시원히 얘기해 보라고.
말 듣고 내가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칠게 라고.
근데 친구놈이 자긴 잘못한게 없는데 왜 자기가 말하냐고
네가 말하라고 이러네요.
좀 황당했어요. 화난 건 너지 내가 아닌데?
이건 마치... 정말 우습게도 '오빤 뭘 잘못했는지 몰라?' 이거랑 비슷하게 들리더군요.
밥 먹은 때 얘기를 하는 것은... 사실 제 입으로 못해요.
그게 오히려 친구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거든요. 정확하게는 이제까지 걔한테 민감할 수 있는 것들을 같이 건드릴 것 같았어요.
친구가 화난 것 같으니 내가 일단 굽히고 들어가면서 대화를 했어요
자기가 나한테 서운하게 한 것 있냐고... 이러면서, 뭘 잘못했는지 말해보라고.
근데 솔직히 내가 말하면 네 꼴이 더 우스울텐데? 그리고 사실 정확히 제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날 단순히 넘어간 것을 이제와서? 그것도 사실 우스운데?
자세한 것은 나중에 술 한잔 하면서 얘기하자.
지금은 좀 그렇다..(여자 관련 얘기도 있어서 당사자 둘이 있을 때만 얘기하는 것이 좋거든요.)
듣다보니... 왠지 이 자식이 저를 떠보는 느낌이 드네요.
반감이 있긴 한데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해서, 지 입으로도 말하기 좀 쪽팔리니까, 자기도 좀 긴가민가한데
나를 통해 한번 끌어내보려는 인상이 들었어요.
정확히는 자신은 모르는 이야기까지 전부 끌어내려는 느낌이 들었어요. ㅎㅎ 이런 ㅅㅂ새끼가...
불만있으면 말하고 그거 듣고 내가 인정하고 사과하고 수용하면 그러면 될 것 아니냐?
저도 순간 불쾌해지더군요. 내심 감탄도 했고요.
제법 덫을 던질 줄도 아는구나. 네 말대로 했다면 나는 탈탈 털리고 끝장났겠지...
결국 서로 아무 얘기 없이... 걔는 술만 마시면서 다시 저를 대화에서 따돌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같잖아서 담배만 태우고요.
그러다 모임이 파하고 돌아왔습니다.
내가 어떡하면 되죠? 친구에게 다 말해요?
ㅎㅎ 내가 지레 찔려서 친구에게 미주왈고주왈 내뱉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마치 블러핑에 속아 모든 패를 다 보여줄뻔한 기분이 드는군요.
사실 성격과 유머를 제외하면
동물학대나 새누리를 지지한다거나(종북척결이라는데 솔직히 내가 봤을 때는 합리적인 이유는 아님)
여자에 발정났다거나(근데 내가 이걸 어떻게 이해했지?) 쓴소리 한번에 울컥한다거나...
사실 좀 안 좋은 부분이 있죠.
차라리 나는 이 참에 내 길에 전념하려고 해요.
사실 이 친구의 정견을 듣고는 제가 가장 경멸하는 부류에 속한다는 것도 알았죠.
일베충은 아니겠지만... 숭배하는 수준은 좀 비슷한데
전라도 혐오도 그렇고...-_-
나쁜 점도 있지만 좋은 점이 그것으로 깎여나가는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한 학기 동안 지냈죠... 근데... 이제는 정말 혐오스럽네요...
저도 잘 한 것 없습니다. 아니... 솔직히 잘못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에게 굽히고 들어가고 싶지는 않군요.
걔 말고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사실 걔랑 친해서 득 본 것도 없고...
이를 통해 확실히 알았습니다.
나이 먹어가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번만큼 더 각인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인연도 결국 휘발성이 있다고...
ㅎ.....
그냥 답답해서 설 풀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