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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시 (Poem)] (자작시) 위대한 여행 (0) 2026/03/01 AM 01:33


위대한 여행 - 2026.03.01 01:33


투명한 물 한잔.

새벽녘에 잠시
의도치 않은 흔들림에
무거운 눈꺼풀이
겨우겨우 떠진다.

투명한 물 한잔.

갈증이 오는 듯,


달라붙는 듯한
이물감의 목이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듯,
침 한 방울이라도
흡수한다.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시원하고,
맑고,
깔끔한.

투명한 물 한잔.

무거워
부어버린 눈꺼풀은

아무래도 좋다.

쏟아지는 갈증을
채우기 위해

진득히 침대에 녹아든
지친 몸을 겨우겨우
떼어내

두 발을 방바닥에
뉘엿 뉘엿.

마침내

지상에 섰다.

불도 켜져있지 않은
캄캄하고 어두운
방안은

어제 마트에서
장보고 가져온
비닐봉투가
덩그러니.

있는지도 모르니
나는 밟고,

훅!

마치
길거리에서
신명나게 광고중인
'에어댄서' 마냥

휘청거리니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무거운 눈도 번쩍.
심장은 터질듯.

넘어지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야.

그리고 이어서
한 발자국.

그리고 또
한 발자국.

냉장고에 도착하고
문을 열면
나를 반기는

화아-안한

LED 백색등.

여기서
눈꺼풀을 종이 구겨지듯
인상을 있는 힘껏 구긴다.

보이지 않은 눈을 뒤로하고
본능은 언제나 충실하다.

바로 오른쪽 벽.

시워-언한
생수 한 병.

나는 손을 뻗어
그 시원한 것을 잡고

병을 따.

그대로
가뭄으로 메말라버린
목에 물을 들이 붓는다.

투명한 물 한잔.

머리가 짜릿할 정도로 차갑지만,
이게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

이 한 모금,
이 한 병을 위해

나는 그 모진 여행을 떠나
여기까지 왔다.

나도 모르게 비워진 병을 바라보며

피식.

그 힘겨운 여행을 뒤로 한 채,
나는 다시

침대로.

위의 물이 역류하는 것도
모른 채.

나는 다시

잔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쓰레기를 치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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