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그것의 마음을 모른다. 2026.03.18 01:06
새까만 장막에 가려진
비밀같은 장미 한 송이.
붉게 물든
꽃송이일까,
검게 물든
꽃송이일까.
햇빛을 보지 못해
그 모습을
조심스럽게 감춘
알 수 없는
꽃잎은
내가 알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일까
시간은 흐르고
장막에
아주 얇은
균열이
이슬이 흘러간
자국을 따라
쫓아갈 때,
밖을 비추던
새하얀 태양빛.
작은 통안에
어찌 생겼을지 모를
작은 장미는
비로소
뜨거운 빛줄기를
맞고
자기가 알고 있던
세상의
바깥에서부터
손 흔들며 다가오는
은은한
따스함은
호기심일까
유혹일까.
새까만 장막을
걷어내고
더욱 커진
태양빛에
몸을 맡기고 나면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충만함에
알 수 없는 희열에 빠져
입을 벌리고
두 팔을 벌리고
만끽한다.
미지의 세계.
미지의 풍경.
모든 것이
알던 것과 다르고
태양빛만 따스하게
비출 줄만 알았던
순진한 장미는
태양이 고개를
숙이고 나타난
차갑고 무거운
달빛을 보았다.
장막과 가장 닮은
세상에 동질감을 느끼고
따스함과 다른
차가운 달님의 눈은
장미를 반겼지만
반가움보단
두려움이 앞선다.
뒷걸음질을 치고
고여버린
차가운 물을 밟고선
혼자 화들짝 놀라
주저앉고
장막이 그리워
펑펑 울었다.
겉을 지켜보던
지나가던 이는
그 모습에
손길을 줬지만
장미는 뿌리치고
어느샌가 사라졌다.
알 수 없는
차가운 손길은
장미를 알기도 전에
허공을 휘저었고
마음이 닫혀버린
달빛은
그저 새벽을
밝힐 뿐이구나.
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