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삼촌의 적극적인 주장으로
동생 내외와
조카가 초등학생이 된 후 닌텐도 스위치 후속기를 사 주는데까진
의견이 모아져 있었다
하지만 추석 때
매제의 치명적인 말 실수로
올해 삼촌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게임기로 확정되어 버렸다
내심 조카와 게임을 조금이라도 빨리
같이 해 보고 싶었던 삼촌은
속으로 만세를 부르며 심혈을 기울여 게임기를 고르기 시작했다
후속기와 지금의 스위치는 다르다 외치며
닌텐도 OLED를 장바구니에 넣어 승인해 줄 것을 종용했지만
가격을 본 동생은 화를 내며 승인해 주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다
닌텐도 클래식 미니를 골라 다시 의사를 물었다
일본어라도 명작 게임이니 나쁘진 않을거라 주장했으나
한글도 못 익혔는데 무슨 일본어냐며 역시 퇴짜를 맞았다
그렇게
게임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로 했지만
기기의 내용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상당히 고된 인고의 시간을 가지던 중
이번엔 동생이
싸구려 중국산 휴대용 에뮬 게임기를 제시하며
의견을 구했다
액정이 작아 애들 시력에 나쁜 영향을 끼치며
중국산이라 기기 내구성도 안 좋고
게임들은 모두 불법이며
폭력적인 게임이 많다 등등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합리적 반론들로
동생을 망설이게 만들고
이 때를 놓칠세라
네가 원하는 액정이 큰 기기는 가격이 20만원 가까이 한다며
그 가격이면 차라리 휴대 전용 닌텐도를 사는게 나을거라는
괴변을 펼쳤다
그리고 그 필사적인 설득은 다행히도 통했다
그렇게 아직 많이 더운 9월의 어느 날
삼촌이란 작자는 당사자는 알지 못할 최선을 다 하였고
결국 닌텐도 라이트 하이랄 에디션을 결제할 수 있었다
동생에겐 이거 단돈 14만원 밖에 안 한다며 거짓말을 하였지만
진짜 가격을 나중에 들킨다 하더라도
이미 조카는 게임을 즐기고 있는 중이겠지...
비록 계획했던 OLED버전은 사 주지 못했으나
이 결과 또한 어느정도의 승리라 볼 수 있으니
고무적인 승리를 여기서, 혼자서라도 자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