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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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그림] 누이 이솔라의 일기; 이세나의 변화 (0) 2020/06/22 PM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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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께서 돌아오신 날!

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형님께서는 전장에서 생채기 하나 없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셨다.

게다가 동행한 기사들에게서 용을 베어넘기셨다는 형님의 무용담을 듣고는 실신할 뻔했다.

역시 형님께서 해내실 줄 알았다!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형님께 곧장 달려갔으나, 뵐 수 없었다.

내일은 꼭 뵐 수 있겠지?

 

형님께서 돌아오시고 닷새 째,

원정전쟁을 다녀오신 이후로, 형님은 이상해지셨다.

온종일 방 안에 틀어 박히셔서 바깥으로 나오시질 않는다.

오늘은 형님의 방문을 두드렸고 반응이 없어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더니 안에 계시던 형님께서 크게 소리치시며 노하셨다.

깜짝 놀라 형님께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내 방으로 곧장 도망쳤다.

다음에 뵈면 제대로 사과드려야겠구나.

 

형님께서 돌아오시고 엿새 째,

형님께서 직접 뵈는걸 허락치 않는 것 같아, 방 앞에서 소리를 엿듣다가 시종장과 마주쳐 크게 혼이 났다.

시종장은, 아직 형님께서는 전장에서 돌아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나에게 크게 신경쓰지 말라했다.

허나 어찌 신경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자상하시던 형님께서 저렇게 힘들어하시는데...

 

형님께서 방에 틀어박혀 계신지 열흘 째,

이제 시종장을 어찌 잘 따돌려 형님의 방 안을 엿들을 수 있었다.

생전 혼자서도 말 수가 없으셨던 형님께서 짜증을 부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시는게 아닌가.

그리고 쇳동이를 바닥에 튕구는 날카로운 소리로 봐서 검 따위의 것을 던지신 것 같다.

검을 몸과 같이 소중히 하라고 가르쳐주시던 형님께서 어째서 검을 바닥에 던지신걸까...

많이 힘든 일이 있으신게 분명하다.

형님께서 홀로 힘들어 하시니, 누이인 저의 마음도 형님과 다를 바 없습니다.

 

형님께서 드디어 한 달 만에 방에서 나오신 날!

오늘도 어쩌면 형님을 뵐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는 수련장을 지나다가 검을 쥐고 계신 형님을 뵐 수 있었다.

전장에서 귀환하신 후에 정신이 너무 없으셨다며, 저번에 나에게 소리친 것에 대해 미안하다 하셨다.

오랜만에 형님과 나누는 말 뿐이었지만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형님께서는 형님께 오랜만에 대련을 청한 나에게 정색을 표하며 거절하셨다.

아쉬운 나의 마음은 접어두고 형님께 새로 쓰신 안경이 잘 어울린다 말씀드리고는 수련장을 빠져나왔다.

다음에 또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고싶다.

...그러고보니 형님의 검이 검지 않았다.

잡념이 있으셔서 그러신걸까?

다음에 여쭈어 보아야겠다.

 

형님께 아주 심하게 꾸중을 들은 날...

나는 형님께서 무언가 마음의 짐이 있으리라 판단하여 수련중이시던 형님을 불러세워 무슨 일인지 여쭈었다.

그러자 형님께서는 검을 내던지시며 저번처럼 나에게 또 소리를 지르셨다.

그런... 형님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형님께서도 화를 내면 대단히 무서운 사람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 날이었다.

너무 슬프다...

 

형님께 꾸중을 들은 다음 날...

오늘도 수련중이신 형님께 어제 일을 사과드리러 조심스레 다가갔다.

형님께서 불편해하시던 나의 언행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렸다.

그러자 형님께서는 나에게 검을 겨누셨다... 아직도 검지 않은 검을...

그리고는 나에게, 한 번만 더 검에 대한 소리를 지껄이면...

너무 끔찍한 소리를 서슴없이 하시는 형님이 너무 무서웠다...

어제보다 더한 슬픔에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는구나.

 

형님께서 출가하신 날...

형님께 심한 말을 들은 뒤로 몇 년동안 잡지 않았던 나의 일기를 오늘 다시 쓰게 됐다.

형님께서 출가하셨다.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으시고 떠나셨다.

최근 형님께서는 다가가면 화를 내시고, 쉬이 주변물건을 내던지셨다.

이전처럼 다정하신 분이 아니었다.

평소 무뚝뚝하긴 하셔도 언제나 자상하신 분이셨는데, 왜 그렇게 변하신걸까...

분명 원정 전쟁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 것이리라.

다시 형님께서 돌아와달라고 기도를 드려야겠다.

신께서 그 때처럼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형님, 다시 돌아와주세요.

그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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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나의 누이동생 이솔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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