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잘 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히 매력적이야.
나는 어릴 때부터 남자치곤 그나마 평균보다는 요리를 잘 하는 편이었는데, 그건 부모님이 남자도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어서 자연스럽게 집안일과 요리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거든.
남자가 요리를 잘 한다? 당연히 매력이지.
내가 여자를 초대해서 제대로 요리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여주면 여자들이 멋있데.
근데, 요리뿐만 아니라 뭐든 잘 하면 그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인건 사실이야.
일을 잘 해도 멋있고, 사람이 진지해도 멋있고, 춤을 잘 춰도 멋있고, 데이트 코스를 잘 짜도 멋있고, 둘만 있을 때 뜨밤을 보내게 해 줘도 멋있지.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 사람이 뭐든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고, 내가 가진 능력을 최상으로 매번 발휘할 수는 없는 법이거든.
단 하나 뜨밤 능력만 잘 할 수 있다면, 반대로 다른 능력치는 서툴러도 매력이 돼.
이건 내가 가진 원칙일 뿐인데, 어떤 면에서는 뜨밤 능력이 부족해도 매력이 된다고 봐.
우리가 상대방을 볼 때를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지.
사랑하는 사람이 뭔가 어설프고, 서툴 때 왜 그게 귀여워보이고 예뻐 보일까?
그건 서투르다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서투른 것을 나를 위해서 노력하고 진심을 다하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예쁜 것이거든.
여자친구가 서툰 실력으로 내게 뭔가 해 줄 때, 그 사람이 이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는지, 얼마나 진심인지를 느낄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라고 생각해.
가성비라고 얘기하긴 좀 이상한 포인트긴 하지만, 내가 여자를 꼬셨을 때 가장 비용적으로 싸게 꼬셨을 때가 4천원 이하의 금액이 들었던 때야.
내가 요리는 잘 하지만, 김밥은 싸 본 적이 없어서 김밥을 제대로 싸질 못하더라.
어머니가 해 주시는 김밥을 먹어보기만 했구, 파스타나 김치찌개, 소고기무국 같은 건 할 수 있어도 김밥을 말아본 적은 없거든.
그 당시 맘이 있던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인데, 병원밥이 입맛에 맞질 않아서 고생하고 있더라구.
김밥은 호불호가 없으니까, 가장 베이직하게 김밥을 준비해서 줘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만나기 두 시간 전에 뛰어와서 김밥 준비하는데(병원 면회시간 제한때문에), 김밥재료까진 준비가 잘 되었는데, 김밥을 싸는게 너무 어려운거야.
옆구리 터지는 것은 기본이고, 뭔가 잘 못해서 그런지 밥도 김에 착 달라붙지도 않고, 김밥을 마는 행위가 그렇게 어려운지 몰랐어.
모양이 엉망징창이더라구. 그래서 김밥을 한 네 다섯 줄 쌌는데, 그걸 잘라서 그 중 그나마 제 모양처럼 우길 수 있는 김밥 두 줄 정도의 양을 락앤락에 담아서 가져다줬지.
택시타고 땀 뻘뻘 흘리고 가서 서둘러 김밥을 딱 꺼내는데, 걔가 그러더라구.
"김밥 첨 싸 봤지?' 어떻게 아냐하니까 자기도 김밥해 봐서 안다네?
시간에는 쫓기지 맘은 급하지 거기다 꾸미고 나가야 하는데 얼마나 서두르고 어설펐겠어.
그런데, 눈빛이 얘기를 하는 도중에 굉장히 쌩글쌩글해 지더라. 그 친구가 약간 차갑고 말도 부드럽게 못하는 친구인데, 그 날 분위기가 달랐어.
근데, 그 옆구리 터진 김밥 두 줄을 가져다 준 그걸로 그 친구가 나랑 사귀자고 맘 먹었데.
내가 어느 정도 요리를 하는 사람인건 몰랐으니, 그 날의 그 결과물 밖에 못 봤는데, 저렇게 서투르지만 노력한 거 보니까 감동 먹었다고 하더라구.
(분명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했거든. 여자들이 서툴러도 노력하면 예뻐해 준다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바로 그 주부터 사귀었어.
커피나 비싼 식사를 대접한 것도 아니고, 그 김밥 두 줄이 그녀와 사귀는데 들었던 유일한 과정이었으니, 그 외에는 모두 대화였거든.
그런데 그 서투른 김밥을 보고 나서 병원에 누워있는데 계속 내 생각이 나서 웃기고, 귀엽고, 너무 좋더래.
저런 남자라면 만나도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결정적인 순간이 서투른 김밥 두 줄이란 거 보면 남녀사이에서 진심은 다 통하게 되어 있어.
다만, 진심을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가 문제인거지.
그래서 우리가 연애를 할 때 상대에게 진심인 마음이 있을 때 그 때는 진심을 서투르게 표현해도 된다고 봐.
대신 딱 하나만 조심하면 좋겠어.
상대가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거나, 상대가 말하지 않는데 원할 가능성이 높은 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방법.
이 방법을 놓쳐서 내 진심이 상대에게 부담으로 느껴지고 꺼려지는 것이거든.
보통 여기서 실패하는 것이 상대에게 과중한 부담감이 대부분이더라구.
그러니, 부담감을 주지 않는 대전제만 잘 지켜진다면 서투름도 매력이 되는 것은 경험적인 사실이야.
여자들도 서투르게 내게 뭘 해 줄 때 분명 나도 하트가 넘쳐나는 눈빛을 보낸 기억이 많으니까.
다만, 진짜 진심이면 처음에는 서툴지 몰라도 노력에 의해서 성장하는 것도 보이겠지.
김밥을 싸 줬는데, 1년이 지나도 매번 옆구리가 터져있으면 그건 매력이 아니라, 발전이 없는 거니까.
그러니 서툰 연애도 두려워하지마. 처음에는 그것도 다 매력이거든. 진심만 잘 전달할 수 있으면, 그걸로 다 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