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장
팀 스피릿의 화신
아리고 사키의 후계자이자
AC 밀란 식 압박 축구의 신봉자
네. 그 명장 카펠로가 경기를 던졌습니다 ㄱ-;
원인을 좀 찾아보면
일단 시로코프의 부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카펠로 입맛에 딱 맞는 공격형 미들인 시로코프의 부상이
러시아 스쿼드 전체의 변화를 줘버렸습니다
당초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공격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했던 것에 반해
그 동안 중용하지 않았던 지르코프를 왼쪽 측면에 쓰면서 콤바로프를 같이 써버렸죠
한 쪽 라인 전체가 윙과 수비를 겸비한 선수들로 가다 보니
러시아의 왼쪽 돌파는 어중간 해지고 올라가고 내려감의 유기적 전환 또한 안됬죠
원래 지르코프의 자리는 선발 라인업에서 원톱으로 나왔던 코코린 선수의 자리 입니다
스트라이커로도 뛰지만 윙포워드로써 더 재능을 발휘하는 선수인데
중원을 풀어갈 공미의 부제를 수비 강화로 풀려는 카펠로의 전술이었죠
덕분에 원톱 역할을 해줄 케르자코프는 선발에서 제외 됩니다
거기다 시로코프를 대체할 수 있을만한 러시아 스쿼드 내 유일한 재능인
알란 자고예프는 시즌 후반기 폼 하락과 함께
스타일 상 카펠로가 좋아하지 않는 유형의 선수라
평가전에서 조차 외면 받아왔죠
그것은 본선 들어서도 고스란히 적용되서
시로코프가 없어진 라인업에서 당연히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 되었던 자고예프가
선발에 들지 못함은 물론
중앙 미들 조합을 공격적 재능을 배제하고 수비 위주로 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러시아 골 장면을 생각해 보죠
알란 자고예프의 원투패스 -> 오른쪽 측면에서 슛 -> 혼전 상황 중 케르자코프의 골
카펠로가 고집을 꺽음으로써 나온 결과가 동점골입니다
그 이후에도 알란 자고예프의 발에서는 시간대비 많은 수의 기회가 나왔고
솔직히 끝나기 직전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에 발을 댄 선수가
크렘린 대폭발 슛만 날리지 않았으면 알란 자고예프 하나에 농락 당할 뻔한 경기였죠
결국은 카펠로의 고집이 경기를 날렸습니다
알란 자고예프가 아직 미성숙한 선수임에는 분명하고
볼을 끈다거나 카펠로식 전술의 핵심인 압박에 알맞지 않은 선수인건 분명합니다만
후반 한국의 선제골 이후 투입된 자고예프의 발에서 만들어진 찬스들을 생각하면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패착에 가깝죠
카펠로가 고집을 꺽고 원래 베스트 맴버에서
시로코프의 자리만 자고예프로 대체 했다면 러시아는 훨씬 좋은 경기를 했을거라고 봅니다
응원할 마음이 안생기니 경기를 무슨 제 3국 경기 마냥 굉장히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군요
러시아는 확실히 체력 쪽의 문제를 전반서부터 노출하기 시작했고
한국은 예상치 못한 한국영 선수의 분전에 힘입어 미들 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가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사실 구멍이라는 평가가 꽤 있던 한국영 선수였는데 말이죠)
덕분에 제 예상과는 크게 다르게 팽팽한 경기가 나왔고
결과도 무승부로 끝이 났네요
카펠로 감독은 참 아쉽습니다
저 고집을 조금만 꺾을 줄 알았다면 훨씬 좋은 감독이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하긴 카펠로한테 리켈메 같은 유형의 선수 쓰라고 하면
아마 물주전자나 나르게 할 인물이니
우승 트로피를 그렇게 들고서도 이팀 저팀 옮겨다니는거긴 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