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에 붙은 넘버링에서 알 수 있듯, 네 번째 작품까지 나온 시리즈입니다. 다만 실제로 플레이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리즈 입문자로서 아무런 선입견도, 편견도 없이 게임을 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시리즈와 본 작품에 대해서
사실 해보지 않았을 뿐 이 시리즈에 대한 정보는 알음알음 귀에 들려오곤 했습니다. 대지진이 일어난 도시를 무대로 벌어지는 희비극. 어처구니없는 선택지에 따라 오는 개그, 스토리에서 오는 웃음과 감동 등등. PS2로 나온 초기작이 한글로 정식발매된 만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시리즈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본작인 4편은 발매에 상당한 애로사항을 겪게 되는데요.
바로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지진을 주제로 하는 절체절명도시 같은 게임을 당시 정서상 출시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제작사 내의 개발이 워낙 지지부진해 절체절명도시4는 잠정적으로 제작취소 상태나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결국 지진으로부터 7년 뒤인 2018년, 새로운 제작사 ’그린젤라‘에서 이 절체절명도시4 Plus가 탄생합니다. 기존 제작사인 ’아이렘‘으로부터 독립한 직원들이 새로 설립하고 판권을 넘겨받은 곳이라 팬들이 느끼는 이질감도 덜했지요.
초기엔 PS3판으로 개발 중이었으나 결국 여러 과정을 통해 완전히 엎어지고 PS4판으로 새로 출시하게 된 상황. 작품명 끝에 [Plus]가 붙은 이유가 그와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이 본 게임이 문제인데..
시리즈 입문자로서 편견 없이 이 게임을 플레이 해볼 거라는 다짐은 시작부터 어긋났습니다. 이 게임이 발매된 것이 한국이 2019년 8월, 일본이 무려 2018년 11월이었습니다. 이 반 년 이상의 출시 기간의 차이는 게임에 관련된 온갖 평가와 소문, 정보가 풀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길었습니다.
한마디로 일본에서의 이 게임의 평가는 ’꽝‘ 이었습니다.
아마존 상품 평점은 5점 만점에 평균 2점도 안 되는 수준이고, 최하점인 1점을 준 사람들이 전체과반수를 넘었습니다. 가장 추천을 많이 받았기에 상품 첫 페이지부터 기재된 리뷰들부터가 혹평 일색입니다.
물론 아마존 평가가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상품구매 없이도 리뷰를 작성할 수 있기에 신빙성이 떨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400개가 넘는 리뷰가 달리고 여기서 나온 평균 점수나 백분율수치는 마냥 무시할만한 수준도 아닙니다. 최소한 이 게임을 해본, 혹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가 있지요.
..그리고 (저를 포함한)우리나라 게이머들은 이런 소식이 퍼질 만큼 퍼질 상황에서 정식발매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발매초기부터 혹평이 쏟아졌고, 일본PSN에 공개된 체험판도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던지라 정식발매는 없을 거라는 의견이 팽배했는데도 말이지요.
그럼에도 결국 이 게임을 구매했습니다. 쿠소겜을 찾는 망겜콜렉터로서의 본능호기심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비록 해보지도 않은 시리즈지만 대체 얼마나 엉망이길래? 하는 게이머로서는 가장 피해야할 위험한 호기심이죠.
어쨌든 덕분에 시리즈 입문작이든 첫 체험작이든 뭐든 결국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시작부터 ’이 게임은 망했으니 기대 따윈 하지 말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으니까요.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주인공 커스텀과 게임의 시작
먼저 주인공은 남∙여 성별을 선택할 수 있고, 외모도 변경 가능합니다. 국내 모 MMORPG처럼 세세한 설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다양한 표정과 얼굴의 샘플을 갖고 있습니다. 머리 색깔도 조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음성은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오직 남자 음성, 여자 음성 각각 하나씩뿐입니다.
주인공의 배경은 플레이어가 선택지를 통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면접을 보러온 취준생인지, 아니면 사업상 거래를 하러온 사회인인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주인공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방문하다 대지진에 휘말리는 설정이고 이것이 게임의 프롤로그입니다. 또한 뉴 게임을 시작함과 동시에 재난이 벌어지면 어떠한 태도를 고수할 것인지 결정할 수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어드벤쳐
3인칭 플레이어 캐릭터-1인칭 시점으로 변환가능-를 조정하며 주변을 돌아다니고, NPC와 대화하고, 필요한 아이템을 줍고, 특정 장소에 도착하면 이벤트가 발생하고. 전형적인 어드벤쳐 게임의 흐름입니다. NPC와 대화를 시작하면 약 5개 이상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고, 진행하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NPC가 고유의 대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글화가 빛을 발합니다. 별거 아닌 NPC의 대사라도 하나하나 한국어로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 간판이나 스마트폰 화면 등등의 인터페이스도 전부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 더욱 현장감을 살려줍니다. 여담이지만 이런 세부적 한글화는 절체절명도시 시리즈가 처음 정식 발매되었을 때부터 나름의 전통이라 합니다.
심지어 이렇게 유통사 광고도
어드벤쳐 게임이라곤 하나 액션성이 전무 한 것도 아닙니다. 재난 게임이라는 이름답게 캐릭터를 이동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여진이 발생하기도 하고 건물이나 지반이 붕괴되기도 합니다. 여진 발생 시 가만히 엎드리지 않으면 넘어져 데미지를 입게 되고, 이런 데미지가 축척되면 체력이 소진해 사망, 게임오버에 이르게 됩니다.
혹은 붕괴되는 건물이나 지반 쪽으로 잘못 움직이다가 압사나 낙사로 인한 게임오버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상태 화면에 나와 있듯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생리 욕구에 신경을 써주어야 합니다. 배가 고프다거나 갈증이 생기면 음식과 물을 섭취해야 하고, 화장실에 가고픈 상태가 되면 화장실을 찾아 일을 치러야(...) 합니다. 이런 생리 욕구는 조금 문제 있다고 바로 게임오버를 당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계속 놔두면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갑니다. 스트레스 수치가 쌓이면 체력 최대치가 줄어들고 게임오버의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단지 텍스트 어드벤쳐 장르의 특성만으로 끝나지 않고, 나름 생존 서바이벌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의미 없는 설정과 선택지
뉴 게임을 시작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마음가짐. 혹은 프롤로그가 시작되면서 설정할 수 있는 주인공의 배경.
전부 의미가 없습니다.
게임 시작하면서 고르는 재난에 대한 마음가짐? 여기서 드래곤에이지 오리진이나 다크소울3의 ’출신‘같은, 첫 선택에 따라 능력치와 환경이 달라지는 시스템을 떠오르면 곤란합니다. 애당초 이 게임에 캐릭터 능력치 같은 요소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타적으로 행동할거라고 고르던, 이기적으로 행동할거라 고르던 향후 게임 진행에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뭐 시작부터 얽매이는 일이 없도록 초반 선택지에 의미부여가 없는 것은-그런 것 치고는 몇 번 씩이나 물어보지만- 그러려니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이 ’의미 없는‘ 듯 한 선택지 결정은 게임 끝까지 계속 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NPC와의 대화에서 고르는 선택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진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시리즈의 차밍포인트인 황당한 선택지 역시 이에 포함됩니다.
황당한 선택지에 애기가 나와서 말인데, 선택 이후 NPC의 대답이 달라지는 정도일 뿐 소문대로의 빵 터지는 웃음이나 폭소를 자아내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성입니다만, 실소나 조금 나올 뿐, 기본적으로 유머가 많은 함유된 게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얘기를 원점으로 돌려 선택지에 대해서 말하자면, 글쎄요. 무엇을 선택하든 결국 똑같은 일종의 ’답정너‘같은 현상이 느껴졌습니다. 다양한 선택지가 스토리라는 틀 안에 갇혀서 제대로 매력을 표현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혹은 머저리 같던 무슨 선택지를 고르던 간에 별 다른 차이점 없이 평이하게 스토리가 이어져 나갑니다. 특별한 분기나 약간의 전개방향의 변화조차 없는 구색 맞춤의 느낌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게 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가정해보지요. 여타 게임이라면 주인공의 행동 중에 자신의 사기 행각과 진실을 밝힌다는 선택지가 있을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작게는 향후 전개에 상당한 차이가 드러날 것이고, 크게는 게임 리플레이 가치가 늘어나 플레이 타임이 길어지는 셈입니다.
하지만 절체절명도시4는 아닙니다. 사기를 거하게 해먹을지 착하게(?) 해먹을지의 차이 뿐, 플레이어에게 주는 선택지는 게임의 일직선 스토리가 가리키는 곳 그 이상을 주지 못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선택지가 얼마나 많든 결국 스토리라는 틀 안에 갇혀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XX가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같은 지금은 문 닫은 텔테일의 까다롭고 방대한 선택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세심할 필요도 없지요. 사실 절체절명도시4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드벤쳐 게임이 스토리를 따라가게끔 선택지를 제작합니다.
그럼에도 지적하는 이유는 이 게임 특유의 ’수많은 선택지‘가 결국 폭넓은 자유도로 위장한 허울 좋은 가식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결국 스토리가 문제
아무리 틀 안에 갇혀 있다고 해도, 그 틀이 누추한 감옥이 아니라 멋지고 아름다운 궁전이라면 큰 불만이 없을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절제절명도시4의 스토리라는 이름의 틀은 그렇게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좋게 말하자면 무난한, 나쁘게 말하자면 큰 특색 없는 주제와 평이한 텔링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후반부터는 다소 공감하기 힘든 전개와 괴상한 반전이 플레이어를 기다립니다.
예를 들고 싶은 것은 주인공이 플레이어의 의사와 관계없이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 부분입니다.
이 스토리 파트의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재난에 의한 재산피해와 심리적 피해. 여기에 따르는 각박해지는 인심과 측은지심의 결여. 이로 인한 외지인과 외국인에게 극도로 배타적인 피난민들의 태도와 원성. 천재지변을 통해 찾아오는 이기적인 군중심리를 표현한 점은 나름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해 건너에서는 너무 작위적이라는 평가가 있던데, 우리 입장에서 도호쿠 지진 이후 일본의 태도가 어떻게 변하였는지 생각해보면 게임의 전개가 딱히 비현실적이라 생각하기 힘듭니다.
각설하고, 나름 현실적인 배경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진행에는 상당한 어설픔이 뒤따릅니다. ’갈등‘->’화합‘이나 ’갈등‘->’권선징악‘ 등의 기본적인 전개가 아니라 ’갈등‘->’폭망‘ 이라는 골 때리는 결말로 치닫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클 리셰를 뒤집은 전개라고 칭찬해 줄 법도 하지만, 판에 박힌 과정을 비꼬는 신선함은 없었습니다. 되려 막나가는 주체가 안되는 흐름에 말문이 막혔다고 할까요.
결말에 대한 이야기
복선은 있습니다. 떡밥 수준이긴 하지만 황당한 반전에 대한 밑거름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그러니 스포일러도 피할 겸 본 작품의 반전에 대해선 크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앞 문장에 언급한 한 가지 형용사로 저 역시 떡밥을 남겨놓겠습니다. ’황당한‘
엔딩은 분기에 따라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쪽도 만족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한쪽은 그 ’반전‘과 함께 맞이하는 스토리인데, 주인공의 무개성적인 면과 맞물려 감정이입이 힘든 결말입니다. 대부분 스토리 안에 갇혀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아놓고, 스토리 진행이 애매할 때만 플레이어가 선택지를 넣는 시스템. 엔딩 부분에서 까지 주인공의 갈 길을 플레이어가 선택지로 고르는 점은 참 허망하다 못해 괘씸하게 까지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는 감정이입 이전에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결말입니다. 제작팀이 스토리 제작이 막혀서 급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갑작스럽고, 주제도 느껴지지 않으며, 여운 따위는 없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자니 스토리 과정을 묘사하기 모호하군요. 간단히만 언급하자면, 재해를 겪은 시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공직자들에게 향하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 역시 플레이어의 의사가 개입할 여지가 매우 한정적이며, 스토리의 흐름 역시 자연스럽지가 못합니다. 더군다나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과정을 악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겼습니다. 무질서한 폭거로 이루어진 시민들의 모임을 그야말로 일본다운 시각으로 보는 ’시위‘의 모습이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다소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깔끔하거나 훈훈한 엔딩을 잘 표현했다면 최소한 마무리는 잘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을 텐데. 스탭롤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저 ’이게 끝이야?‘ 정도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쪽으로요.
하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이런거 말고
..이제 와서 하는 말이긴 한데, 사실 지금까지 써왔던 대부분의 글들처럼 단순히 게임의 불만사항에 대해서 떠들고자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몇 번이나 짚은 소리지만, 이미 악평이 퍼질 만큼 퍼졌는데 여기서 제가 몇 마디 더 추가한다고 달라질 건 없지요. 사실 이 부분이 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하면서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요.
정확히 말하자면 후반부의 ’요상한 전개’ 이전까지는 꽤 괜찮은 인상을 가지고 플레이 했습니다. 그 이유를 한번 나열해 보자면...
⚫ 쾌적한 플레이
오리지널 일본판은 프레임이 아주 낮은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글 정식발매판은 여러 번의 업데이트를 거친 몇 개월 이후의 출시작이지요. 그 동안 꽤 안정화를 거친 건지 프레임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캐릭터의 이동속도도 적당한 정도고, 달리기 시작하면 맵을 오고 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이동 중에 불편함을 느낀 부분이 게임 초반에 보트를 노 젓기로 운전할 때인데, 이 부분이 그리 긴 편도 아니고 익숙해지면 별 문제도 아닙니다.
엎드려서 이동시에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사실 현실성을 반영한 점에선 충분하다고 봅니다. 애당초 엎드려서 이동하는 부분 역시 많지 않습니다.
...사실 3인칭 어드벤쳐 게임에서 캐릭터 이동의 속도감을 칭찬할 일은 많지 않은데. 개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 게임, 플레이한지 몇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한 명작 시리즈의 졸작 후속작, 사이베리아3입니다. 넓고 활용가치가 많은 맵을 가지고 있음에도 느려터진 주인공의 달리기 속도와 저질 프레임이 남긴 잔상은 아직도 치가 떨리게 만듭니다.
이런 기억 때문에 쾌적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절체절명도시의 플레이 모습에 만족했을지도 모릅니다.
⚫ 시스템의 편의성
제가 게임에서 가장 불만을 많이 터뜨리는 쪽은 사실 이런 부분입니다.
가령 로딩이 느리다던가, 세이브 포인트가 부족하다던가, 게임 메뉴가 번거롭다던가, 밝기 옵션이 없다던가..
손이 많이 가고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부분을 질색하는 편입니다.
편견 같지만 특히 중소기업 사이즈의 일본 제작 게임들에서 그런 점을 느꼈습니다. 밝기 조절이 없다던가 로딩이 지나치게 길다던가, 세이브를 2번 이상 한다던가, 뭔가 시스템 상 구멍이 꼭 하나는 있는 점들...
예를 들어 비교하고 싶은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다이달로스 ’입니다. 국내는 절체절명도시4보다 먼저 출시했지요. 절체절명도시4와 다이달로스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본산 게임이라던가 2018년 연말에 출시했다는 점을 빼더라도, 기존 시리즈의 후속작-내용이 프리퀄이든 시퀄이든-을 표방하고 나온 작품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둘 다 현지평가가 개망(...)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둘 중에서 절체절명도시4를 손들어주고 싶습니다. 스토리야 두 작품 다 고만고만(..)한 수준이지만, 게임 플레이를 편케 해주는 시스템 면에서 명암이 크게 갈렸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편의성 때문입니다.
다이달로스는 이 편의성 면에서 굉장히 후진적인 작품입니다. 가령 전체 지도에서 ‘기숙사’라는 장소로 이동을 선택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기숙사에 도착하면 기숙사 입구가 정면으로 보이는 외부 장소에 1인칭 플레이어가 도착합니다. 그리고 기숙사 입구를 한번 더 눌러줘야 기숙사 내부로 들어갑니다. 그럼 기숙사 정면에 있는 외부에서 플레이어가 찾을 수 있는 다른 단서나 요소가 있을까요? 아니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거늘 굳이 입구 밖의 공간을 만들어 버튼 한번을 더 눌러줘야 합니다.
..막상 들어보니 정말 별것 아닌 점을 트집 잡는 것 같지요? 하지만 월드맵에서 기숙사 외부로 이동하는 동안, 혹은 저 기숙사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동안 걸리는 로딩이 상당하다면 과연 하찮은 단점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예시를 들었을 뿐, 다이달로스는 게임 저체에 이런 부분이 산적합니다. 초반부터 위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어 게임에 대한 시선이 낮아졌음은 물론입니다.
각설하고, 놀랍게도(?) 이 절체절명도시4는 작은 제작사, 일본산 게임이라는 출신임에도 이런 부분에선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로딩도 적당하고, 밝기 조절 옵션도 있고, 수시 저장 가능에 특별한 문제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적절한 자동저장 시스템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게임에선 수시로 게임오버를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진으로 인한 건물붕괴 시스템 덕분이죠. 첫 플레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게임오버 당할 부분이 몇몇 보입니다. 이런 시스템은 밸런스를 잘 유지하지 못하면 플레이어에게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곤 하는데요. 이 게임은 그런 밸런스를 잘 지켜냈습니다. 한 지역에 이런 게임오버 요소를 몰아넣는 짓을 지양했고,
설령 게임오버를 당하더라도 센스 있는 자동저장 덕분에 게임오버를 당하기 바로 직전으로 되돌아가 무의미한 시간낭비를 줄여줍니다. 보통 건물이나 지반 붕괴 같은 요소는 어떤 이벤트를 트리거 삼아 벌어지곤 하는데, 그 트리거가 발동된 시점에서 자동저장이 동시에 되는 듯합니다.
글로 써놓고 보면 참 별것 아닌 듯 한 부분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게임의 인상을 뒤집어 줄 수 있는 큰 키워드가 이것입니다. 편의성. 적어도 절체절명도시4는 이 편의성만큼은 잘 다듬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 제작진의 사후관리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작년 11월입니다. 그리고 정식 한글판 발매일이 8월 초. 놀랍게도 제작사는 일본판으로부터 9개월 뒤, 8월 초 국내판이 발매하고 난 이후부터도 업데이트를 계속해서 갱신하고 있습니다.
위 공식홈페이지 화면에서 보시다시피 마지막 업데이트가 8월 9일. 심지어 아래를 보면 8월 8일 업데이트가 뭐가 미진했는지 그 다음날 또 업데이트 내력이 올라온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정도면 제작진의 사후관리와 책임감에 대해선 칭찬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초기평가가 좋지 않은 작품들을 그대로 손 놓아 버리는 제작진들이 수도 없이 많은 현실을 보면 더욱 두드러지는 장점이지요.
업데이트 내용도 버그나 오탈자, 프레임 수정 등에 그치지 않고, 무료 에피소드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무료 DLC로 의상을 제공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본래 없던 에피소드를 스토리 사이에 추가하는 것은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총평
선입견을 가지고 플레이 했으나, 의외로 나쁘지 않은 플레이 후 느낌
그러나 객관적인 문제점들이 산재하기에 쉬이 추천하기는 힘든 게임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 시작할 당시, 꽤 긴 게임불감증과 함께하던 시기였습니다. 어쩌면 오랜만에 느껴본 패드의 그립감과 콘솔의 기동음이 반가워 자신도 모르게 게임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해보자면, 뭔가 색다른 것을 해보고 싶으실 때 이 게임을 한번 시도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