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연유는 글 제목하곤 달리 ‘오더의 몰락‘과는 1g도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 왜 이 옛날 게임 소감을 이제 와서 올리느냐? 분명 게임은 옛날 게임이지요. 하지만 제가 쓰고자 하는 것은 2002년 PC로 발매되었던 제다이 나이트 2 : 제다이 아웃캐스트(이하 제다이 나이트2)에 대한 소감이 아닙니다.
바로 2019년 9월 24일, PS4와 Switch로 이식하여 발매한 제다이 나이트2에 대해서 쓰는 넋두리입니다. 발매하자마자 구입하고 엔딩 보고 소감을 쓰기 시작했는데, 워낙 게으르다보니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발매일이 이번 달인 오더의 몰락과 똑같은 스타워즈 게임으로서 겸사겸사 핑계로 활용해 보았습니다.
제다이 나이트 시리즈에 대한 가벼운 소개
이 제다이 나이트 시리즈-‘다크 포스 사가’라는 명칭으로 이 시리즈를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를 가볍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타워즈 : 다크 포스
스타워즈 제다이 나이트 ; 다크 포스 2
스타워즈 제다이 나이트 : 시스의 비밀
스타워즈 제다이 나이트 2 : 제다이 아웃캐스트
스타워즈 제다이 나이트 3 ; 제다이 아카데미
5개의 작품이 나왔고, 첫 작품인 다크 포스는 무려 도스 시절 발매한 게임이었습니다. 스타워즈가 비교적 비주류인 국내에서나 인지도가 좀 적을 뿐, 현지에서는 팬들과 관심으로 인해 시리즈가 계속 발매되었던 작품이었죠.
주인공 카일 카탄은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빼내는 임무를 맡은 요원으로 등장하여, 영화 스토리와의 이음새를 만들어 몰입 감을 더하였습니다. 두 번째 작품-제다이 나이트-에선 실제 배우를 기용해 실사 영상을 찍는 등, 제작진이 캐릭터의 세계관 고착에 많은 노력을 들인 것이 엿보였습니다.
디즈니의 스타워즈 인수 이후 이 캐릭터는 비공식화(레전드) 되었으나 그 전까지만 해도 스타워즈 세계관의 나름 한 축을 차지하고 있던 셈입니다.
시리즈와 함께 했던 과거
잠깐 개인적인 얘기를 먼저 해볼까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광팬이라고 자부할만했고, 스타워즈 관련 매체라면 눈을 번뜩이며 주시하곤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당연지사, 이 시리즈는 스타워즈 팬인 어린 게이머가 좋아해 죽을 게임이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도스 게임이라 시대가 안맞아 해볼 기회를 놓쳤지만, 후속작품인 제다이 나이트는 미국에 계셨던 친척 분께 부탁해서 확장판 시스의 비밀과 함께 구입해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 게임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스타워즈 게임이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2편 제다이 나이트 이후 라이트세이버(광검)을 다루는 요소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라이트세이버를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다룰 수 있다? 스타워즈 팬으로서 그만한 즐거움은 얼마 없었죠.
물론 슈퍼 닌텐도로 출시한 스타워즈 게임에서도 라이트세이버를 쓰긴 합니다. 하지만 휭스크롤 장르로서 플레이어 캐릭터를 조종한다는 느낌이 강하지, 라이트세이버를 컨트롤 한다는 느낌은 많지 않았습니다. 뭣보다 촐싹촐싹 뛰어대는 모습이 중후함(?)도 없어서 영화 속의 모습과는 잘 와 닿지 않기도 했지요.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처음 경험한 제다이 나이트의 라이트세이버는?
Hmm...
당시 이 게임을 돌렸던 집의 PC 사양이 팬티엄 90Mhz 정도 였을 겁니다. 로딩 시간이 꽤 길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권장사양은 좀 더 높았나 봅니다.
여하튼 그만한 시절의 그래픽의 모습입니다. 지금이야 물론, 당시 기준으로도 저 라이트세이버는 그냥 폴리곤 덩어리에 불과했죠. 게다가 라이트세이버를 다루는 모션이나 액션도 부실하기 그지없어 어린 나이에도 조금 실망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슷한 것은 영화에서의 그 효과음 정도일까요.
물론 객관적으로 이 게임은 꽤 괜찮은 FPS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라이트세이버 액션에 있어서 제 어린 팬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했을 뿐이죠.
이후 몇 년 동안 이 시리즈에 대해선 모르고 살았습니다. 게임 쪽에 흥미가 줄어들었고, 개인적으로 굴곡이 많았던 시기를 보내기도 해서였죠.
그러다가 2002년,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진출의 그해. 후속작품 제다이 나이트 2가 발매되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약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차기작. 호기심은 있었으나 커다란 기대는 갖지 않고 게임을 돌려보게 되었습니다.
Wow.
사실 좀 놀라웠습니다. 현재(2019년)를 기준으로 보면 뭐 떨어지는 그래픽이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이렇게 큰 발전이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특히 놀라웠던 점은 라이트세이버의 발전이었습니다. 전작의 폴리곤 덩어리에 비하면 정말로 영화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생생함이 살아있었거든요.
제다이 나이트1, 제다이나이트 2, 그리고 두 작품의 발매 텀 중간에 나왔던 팬텀 매너스 게임판-아마도 영화 덕을 보기 위해 같은 시기 출시된 게임?-의 라이트세이버를 비교해보지요.
제다이나이트1은 폴리곤 막대기,
팬텀 매너스는 형광등 수준.
제다이나이트2에 와서야 제대로 된 라이트세이버를 보여준 셈입니다.
게다가 단순히 외형만 그럴듯한 게 아니라 라이트세이버를 쓰는 모션과 액션 역시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술력의 한계로 광선몽둥이 같다는 클래식의 라이트세이버 표현력을 벗어나, 새로이 개봉한 프리퀄 시리즈의 연출과 느낌을 게임에 적용한 신선한 모습을 선보입니다.
‘한때’ 스타워즈의 팬으로서 이 게임을 얼마나 자주 즐겼는지 모릅니다. 1인칭 슈팅의 FPS로서도 모자람이 없었고, 라이트세이버 액션은-최소 그 시절 기준으로- 팬으로서 최고점을 줄 수밖에 없는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심심하면 무적치트 키고, NPC 소환해서 싸움붙이고, 괜히 아군 목졸라서 도발한 다음에 라이트세이버 대결하고.. 아마 PC로 한 게임 중 가장 오래한 게임으로는 열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여기고 있습니다.
제다이나이트2의 특징
과거를 곱씹으면서 떠들었던 내용들 말고 이 게임에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한 가지 있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 해본 분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특징 단 한 가지가.
바로 난이도입니다.
제다이나이트2는 요즘 기준으로 말하자면 과장 좀 보태서 FPS계의 다크소울이라 할 만합니다.
시대 지난 옛날 게임들의 경우 장르 구별 없이 어려운 것들이 많긴 합니다. 하지만 FPS게임, 라이트세이버 취득 이후 TPS로 변화되는 이 제다이나이트2는 당시 액션 게임 중에서 독보적으로 어려운 편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다. 게임을 어렵게 한 요소를 하나하나 짚어보자면...
첫째로 길찾기입니다.
거의 외길이나 다름없는 현대 액션게임에 비해 맵을 꽤 꼬아놨습니다. 둠이나 울펜슈타인 같은 고전에서 보여준 열쇠 찾기나 비밀문 탐색 정도는 예사입니다. 설마 여기로 가라는 건 아니겠지? 싶은 부분이 바로 미션의 진행구간인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퍼즐 같은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 퍼즐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림 맞추기 정도가 이 게임 퍼즐의 정도입니다. 문제는 미션 전체 흐름이 하나의 퍼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꼬아놓았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가 적들 NPC의 유능함입니다.
대부분의 스타워즈 게임들이 그렇듯이 이 제다이나이트2에서 등장하는 주적도 그 무능한 것으로 유명한 스톰트루퍼인데요. 게임의 스톰트루퍼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그것들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 유명한 ‘스톰트루퍼 효과’따윈 씹어 먹었는지 엄청난 명중률을 자랑하고, 이동을 통한 공격 회피도 잘하며, 블라스터 한 대한대의 공격력도 뛰어납니다.
헤일로 시리즈를 아는 분들이라면 초기 작품들의 엘리트가 어땠는지 기억나실 겁니다. 공격은 공격대로 아프고, 총알은 굴러서 피하질 않나, 설령 맞춰도 실드 때문에 데미지가 별로 안 먹히지 않나. 여기 스톰트루퍼가 딱 이 엘리트들과 비슷합니다. 그나마 라이트세이버 한방에 죽어주시는 게 고맙달 까요. 다만 여기저기 도망 다니느라 잘 맞아주지 않는 점은 있습니다.
가장 쉬운 난이도인 파다완으로 시작했다하더라도, 잠깐의 방심으로 스톰트루퍼에게 총맞아 죽은 제다이라는 최악의 불명예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가 맵 디자인의 악랄함입니다.
첫 번째에서 언급한 길찾기와 다른게 뭐냐 물으신다면....사실 일맥상통합니다(...). 다만 길찾기가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진행해야 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여기서 짚고 싶은 것은 그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들입니다. 즉 함정이나 위험 구간 등을 일컬어 말하고나 합니다.
다들 아시죠? 게임-특히 고전게임들-을 하다보면 제작자가 대놓고 ‘여기서 한번 죽어봐라!’ 라는 느낌으로 만들어놓은 구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곳은 제작자의 의지대로 최소 한 번은 죽어줘야 진행이 가능하죠. 그래야 이정표를 알 수 있거나, 노하우를 얻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게임을 처음 하는 게이머는 거의 무조건 죽게 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을 ‘악랄’하다고 부릅니다. 자, 왜 이렇게 설명을 늘어놓았는지 지금쯤 눈치 채셨겠지요.
이 제다이나이트2는 그 악랄한 구간이 산재한 게임입니다. 떨어져죽는 낙사 구간은 하도 많으니 거론할 것도 없고, 살짝 닿기만 해도 게임오버 화면을 감상할 수 있는 즉사 구간도 상당수. 그 외에 진행상 피할 수 없는 함정들이 수많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자 세가지 점을 들어가며 제다이나이트2가 얼마나 어려운 게임인지 역설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난이도가 게임의 작품성에 큰 영향을 줄만큼 커다란 결점이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게임의 완성도에 흠집이 날 ‘불합리한’ 난이도였다면 이 게임이 메타크리틱 90점 이상의 명작 반열에 오르진 않았을 겁니다. 키보드에 최적화된 키 배치와 조작감은 도전욕구를 불러 일으켰고, 무적의퀵세이브같은 UI도 게임을 클리어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주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어려운 게임이지만 잘 만든, 재밌고 어려운 게임입니다.
이번 출시한 PS4판은...?
그렇다면 가히 십여 년 만에 현세대기로 다시 등장한 고전명작은 여전히 고전명작이었을까요. 추억을 반주삼아, 현세대기의 콘솔 패드로 2002년의 게임을 플레이해도 만족스러웠을까요. 몇 번이고 반복해서 플레이하던 과거처럼 게임 자체의 재미에 몰두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오.
궁서체입니다. 진지합니다.
볼드입니다.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읽으셨던 모든 지질함과 끄적거림은 이 한마디를 위해서.
그렇습니다.
제다이 나이트2 PS4판은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게임입니다.
⚫ 순도율 100%의 원작 이식
PSN 스토어에 올라온 게임 제목을 보시죠.
STAR WARS Jedi Knight II – Jedi Outcast
원작품 그대로네요. 아무런 추가도, 배제도 없습니다.
이런 작품들처럼 Remastered 라던가 Enhanced 같은 유치찬란한 수식어는 없습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질 않습니까? 괜히 저런 단어나 붙여서 인터넷 공간의 byte를 낭비하는 셈이네요.
..재미없는 비꼼은 이정도로 하고, 제가 하고 싶은 얘길 눈치 채셨을 겁니다. 이 게임을 PS4로 발매하기로 한 유통사는 2002년에 출시했던 게임을 고대로 출시했습니다. 리메이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예전 게임을, 리마스터는커녕, 그 흔한 해상도 늘리기 조차 없이 현세대로 발매한 겁니다.
..물론 고전 작품을 원판 그대로 현세대에 발매하는 일은 이 게임에만 한정된 이야기도 아니고, 비록 제작사 루카스아츠가 폐업했다고 하나 저작권 문제로 게임 원본에 손을 대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게임 외적 사실들은 게이머가 감안해야할 변명거리가 아니죠. 사실이 어찌되었건 17년 전 게임을 별다른 노력 없이 말그대로 올려놓기만 했다는 것으로 유통사는 그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을 해보죠. 말했듯이 이 게임이 출시한지는 벌써 17년이 지났습니다. 펜티엄 2.4Ghz의 컴퓨터에 돌아가던 옛날 작품입니다. 클래식이라고 불러도 이제 위화감이 적을 게임을, 현 세대를 대표하는 콘솔 게임기 중 하나인 PS4로 돌렸을 때. 그때 무슨 감흥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감흥은 없습니다. 그저 의아함뿐이었습니다. 추억에 사로잡혔던 게이머들이 과거와 마주쳤을 때 자주 겪는 감정변화입니다. 소위 ‘추억보정’이라는 요샛말 같은 추석에 대한 보호심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PS4로 돌린 제다이나이트2의 스크린샷입니다. 말 그대로 펜티엄에서 돌리던 게임의 해상도 그대로입니다. 추억보정? 그것도 정도껏이지요.
⚫ 휠(wheel)의 부재와 콘솔 패드에 맞지 않는 조작감
앞에서 ‘키보드에 최적화된 키 배치’ 부분에 볼드체를 넣은 것을 기억하셨나요? 어설픈 복선입니다.
사실상, PS4판 제다이나이트2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게임의 패드 조작은 매우 불편합니다. 패드의 버튼 배치가 매우 구시대적이고, 조악합니다.
쉬운 설명을 위해 예를 들어보지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 바꾸면서 선택해야 하는 요소 3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무기, 포스, 아이템입니다.
FPS게임에서 무기 변경이야 당연한 것이지요. 포스의 경우 잡몹들 상대는 그렇다 쳐도, 똑같은 포스 유저가 적으로 나올 때 여러 포스를 바꿔가면서 사용하지 않으면 게임이 어려워집니다. 아이템은 회복을 위한 벡타 탱크가 제일 자주 쓰이지만, 필요에 따라 망원경이나 야간투시경으로 바꾸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즉, 이 세가지 요소는 게임 진행하면서 수시로 바꾸고, 선택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손에 패드를 쥐고 있다고 상상해 보시지요.
무기는 십자키의 왼쪽키와 오른쪽키로 변경 가능합니다.
포스는 십자키의 위쪽키를 누른 다음 왼쪽키와 오른족키로 변경 가능합니다.
아이템은 십자키의 아래키를 누른 다음 왼쪽키와 오른쪽키로 변경 가능합니다.
자 이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아시겠지요?
포스를 바꾸기 위해 위쪽 키를 눌러 포스 선택 화면을 띄었다고 가정합시다. 이때 어떤 포스로 변경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오른쪽키를 눌러 포스를 변경하려 합니다. 하지만 어라? 잠깐 고민하던 사이에 포스 변경 시간대는 지나갔고, 그만 플레이어의 무기가 변경이 됩니다. 라이트세이버 대결 중인데 포스 변경을 하려다가 그만 무기를 변경해서 총을 들고 말았다? 그 찰나에 플레이어는 게임오버 당하는 겁니다.
길게 써놨는데 요지는 간단합니다. 요즘 게임들이 하나같이 적용하고 있는 휠(wheel)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아 굉장히 불편한 버튼 배치입니다. 가령 RB키를 눌러 모든 무기를 보여주는 휠을 화면에 띄우고, 스틱을 조정해 사용하고 싶은 무기를 결정하는 방식. 얼마나 심플하고 편리합니까? 제다이나이트2는 이식을 하면서 그런 편리한 시스템은 눈곱만큼도 고려를 안했는지 이런 무식한 십자키 두드리기로 무기 변경을 하라고 합니다. 중,후반대에 진입하면 소유 무기가 5종 이상을 넘어간다는 점을 상기해보시죠. 첫 번째 무기인 라이트세이버를 선택한 상황이라면 십자키 버튼 5번 이상을 눌러야 최종무기를 선택할 수 있는 셈입니다.
키보드로 할 당시에는 이런 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무기는 각 번호별 단축키가, 포스에도 각 펑션키가 단축키로 지정이 되어 있었지요. 결국 키보드에 최적화되었던 게임의 특성이 무성의한 의식을 거치면서 콘솔에선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탄생한 셈입니다.
키보드 최적화의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지요. 몸을 숙이고(crouch) 지나가야 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아주 짧은 구간이지만 머리 높이에는 즉사 레이저가 흐르고 있는 위험한 부분입니다.
몸을 숙이기 위해선 왼쪽 스틱을 꾹 누르고 있어야하고, 이상태로 앞으로 가기 위해선 스틱을 위로 밀어야 합니다. 듀얼쇼크를 오래 써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왼쪽 스틱을 꾹 누른채 앞으로 미는 조작은 그렇게 썩 훌륭한 편이 못됩니다. 누르면서 민다는 점 때문에 엄지손가락의 힘을 두 방향으로 줘야 하니 엇갈리기 쉽죠. 삑살나서 레이저에 즉사하기가 일수입니다.
그렇다면 숙이는 키를 왼쪽 스틱 클릭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면? 수월하겠지요. 하지만 불가합니다. 제다이나이트2 PS4판은 조작 버튼을 임의로 수정하는 것을 막아놨습니다. 왜? 모릅니다. 이식한 사람들만이 알겠지요.
역시 키보드에선 이런 걸로 문제가 될 일은 없었습니다. 숙이는 키는 C키. 전진키는 W키. 손가락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두 키를 같이 누르는 일은 아무런 장애가 안 됩니다.
..어쩌면 제다이 아웃캐스트가 구 엑스박스와 게임큐브로 출시될 때, 그 때 이식을 담당했던 회사 비케리어스 비전스(Vicarious Visions)가 이 모든 것의 원흉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로선 알 수 없지요, 엑스박스 버전도 게임 큐브도 해본 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저 2019년에 PS4로 이식하면서 저런 문제점을 가져온 유통사를 원망할 수밖에요.
⚫ OLD 버그, NEW 버그?
어떤 게임이라도 그렇듯이 이 게임, 그러니까 오리지날 제다이나이트2도 버그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PS4판을 하면서 똑같은 버그를 다시 보게 되더군요. 별 심각한 버그도 아니고 영향도 미미해 지금까지 머릿속 한구석에 묻혀 있다가 이번에 기억해냈습니다. 저장 파일을 불러올 시 캐릭터가 계속 한쪽으로(특히 왼쪽) 걷는 버그입니다. 항상 걸리는 건 아니고 어쩌다가 생기곤 하는데 로딩 중 이동키를 눌러서 그렇다던가 여러 추측이 있습니다. 다시 로드하면 정상으로 돌아오곤 하니 심각한 문제는 아니긴 한데, 어디 낙사 구간 가까이에서 저장했다가 이런 버그를 걸리면 플레이어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게임오버를 보게 되니 기분이 매우 삼삼하지요. 이번 이식판의 무성의한 작업은 이런 버그도 같이 데려왔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기존 버그가 아니라 새로 탄생한 신선한(?) 버그입니다. 최소한 두 가지 새 버그를 찾아냈습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저장파일과 관련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장파일을 불러올 시 오류가 발생하는 버그입니다. 무슨 에러 메시지가 뜨는 그런 가벼운 게 아니라, 아예 게임을 강제 종료해 PS 홈화면으로 쫓아내 버립니다. 빈도가 잦은 건 아니지만 이전 세이브와 버그가 걸린 세이브 사이 플레이 타임 간격이 길 경우 치명적입니다. 특히나 체크포인트가 한 미션 당 2,3개가 최대인 이 게임에선 오토세이브의 도움을 빌릴 수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지요. 버그가 걸린 세이브 파일은 몇 번을 불러와도 똑같이 게임을 튕겨버리기 때문에 새로 저장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저장이 덮어쓰기가 안 되는 문제입니다. 세이브 화면에 들어가서 새 저장을 선택하든, 기존 저장파일을 선택하든 무조건 새 저장이 되어서 신규저장파일이 생겨납니다. 따라서 저장을 하면 할수록 저장파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듣기만 해서는 별 대단한 문제가 아닐 것 같지요? 이 게임의 실상과 종합해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은 난이도가 높은지라 자주 수동저장을 해줘야 원활한 진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장을 계속 하면서 저장파일을 만들다보면? 저장 개수 한계가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저장이 불가능해지는 환장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안그래도 체크포인트가 드문 게임이라 자동저장도 잘 안되는데, 중요한 순간에 수동저장이 안 된다? 난감하지요. 심지어 저장 화면에서 필요없는 저장파일을 지우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게임을 종료하고 PS홈 화면에 나가 설정에서 저장파일을 지워줘야 하지요. 마지막으로 저장한 부분이 상당히 예전이라면, 플레이 의욕을 깎아먹는 원흉이 되겠지요.
총평
추억보정이란 단어가 헛말이 아니었구나 깨닫게 해주었던 이식작
한때 인생작이라고 할 만했던 게임을 다시 하면서 이런 부정적인 감상이 가득한 글을 쓰자니 눈물이 차오를 뿐입니다.
* 소감에서 언급한 버그 등은 발매 초기에 발생한 문제들이었는데, 현재 고쳐졌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