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그라네스 2세
아르메니아의 왕 티그라네스는 한 전령으로부터 루쿨루스의 군대가 진격해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런데 그는 나쁜 소식을 전해온 전령의 목을 베었고, 그때부터 전령들은 첩보 보고를 멈추었다. 메시지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그것의 전달자를 죽여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개념을 내놓은 사람이나 단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폄하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면 그들이 말하는 것에 마음을 닫고 그로 인해 많은 학습기회를 놓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메시지 전달자에게 긍적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면 별다른 생각 없이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두 가지 다 바람직 하지 못하다.
어떤 사실이든, 아이디어든, 믿음이든, 의견이든, 아니면 예측이든 주어진 정보에는 그 출처와는 별개의 가치(혹은 가치의 부재)가 있다.
[...] 출처와 독립적으로 그 진술의 정확성만이 평가받아야 한다.
출처 :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 애니 듀크>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왜냐면 메시지 전달자를 쏘는 것은 메시지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순수한 전달자에 대한 적의인 걸요.
정치권의 설전과 반박도 그렇고, 이곳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시정잡배들의 조롱과 무책임한 비난(우리는 이걸 악플이라고 함)도 그렇구요. 사람들이 몰라서 저지르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다고 봅니다. 하나하나가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이죠. 그 의도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일 뿐.
희랍의 저서를 가지고 오셔서 문득 생각난 것인데, 몇 천년간 쌓였던 교훈들을 하나의 가르침으로 살았다면 이미 우리는 모두 철인이 통치하는 세상이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철인인 세상에서 살고 있었을 겁니다. 그게 이룩되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 그 가르침들을 외면하고 살며 답보상태에 빠졌거나 쌓아올린 지혜와 슬기의 산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던지신 화두는 요즘 참 어울리는 것이면서도 어쩌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여러 생각이 들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