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남지 않을 때, 바로 그것이 끝이다. 모든 것이 말로나 행동으로 다 표현되었을 때, 그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완벽하게 자연스럽고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과제를 다 완수했을 때, 그 사람은 죽을 수 있고 작별을 고하며 사라질 수 있다."
- 칼 융 <환상해석>中
그렇다면 인생은 한꺼번에 타버리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이 목표가 된다. 하나 둘 씩 끈질긴 노동으로 조금씩 지워나가는 것, 발견하고 먹어치우는 것, 나를 표현하고 소각하는 것, 빛과 어둠같은 질량 없는 물질이 되어 가는 것, 결국 죽음 그 자체가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