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마눌님께서 특근 출근을 하셨다가 퇴근하여 집에 들어왔는데,
점심 먹고 난 뒤로 한, 두 번 정도 모르는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는 것 같은데,
평소의 마눌님 업무 말투가 아니고 뭔가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라,
하필이면 주말에 출근해서 오늘 기분이 별로구나 싶어서 그냥 듣고만 있었음.
근데, 3번째 전화가 왔을 때 마눌님이 완전 대폭발을 하는데,
나는 우리 마눌님이 타인에게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연애 시절 및 결혼생활 포함 약 15년 만나고도 거의 처음 보는 모습이었음.
약간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나 역시도 당황해서 통화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 마눌님 옆으로 갔더니...
모르는 전화번호로 어떤 아저씨가 마눌님한테 말하는 게,
"여기는 우리 와이프 차 주차하는 자리인데 왜 주차를 했느냐" 이거였음.
나하고 통화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4통을 하면서 끝까지 주장하는 게 저 한 문장이었음.
1. 우리 아파트는 지정 주차 제도로 운영되는 아파트가 아니다.
2. 경차 전용 주차라인이지만 우리 마눌님 차도 경차라서 주차 문제는 없다.
3. 주차 라인을 지키지 못해서 다른 경로의 차량이나 사람들이 피해를 받지도 않는다.
4. 꼭 본인이 여기에 주차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니 비켜줄 의무가 없다.
5. 나한테 연락하지 말고 관리사무실에 연락해라.
이 짓을... 주차 빌런과 지난 주 토요일 총 통화 시간을 포함하면 대략 뻥 좀 보태서 1시간은 되었음.
끝까지 전화 와서 차 빼라! 시전하길래 너~~~~~~~~~~~~무 열받아서 쌍욕 박았음.
그리고 관리 사무실에 연락했더니 더 충격적인 건,
약 두 달 정도.. 지금 문제가 되는 저 주차 자리에 주차 금지 꼬깔? 이 세워져 있어서 공사 중인 줄 알았음.
신축 아파트라 매일, 매주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라, 충분히 이해가 갔는데,
알고 보니... 저 빌런이 그 꼬깔 주인이었고, 본인 자리라고 그렇게 주차 금지 꼬깔을 두고 다닌 거임.
이게 하필이면 나와 마눌님과 부딪히기 하루 전날 관리사무실에 적발되어서 치워졌던 찰나에,
우리 마눌님이 자리가 비어있으니 거기 주차를 한 거라 우리가 빌런 상대자가 되어버렸음;;;;
나도 나이 좀 먹은 40대 아저씨인데... 목소리만으로도 나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이는 아저씨가...
여기 내 자리다.
오늘은 몰랐다고 하니,
다음부터는 우리 서로 양보를 하자.
이 자리는 우리가 이사 왔을 때부터 내 자리였다.
라는 멘트만 전화 통화 끝날 때까지 함...;;;;;;;;;;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안 물, 안 궁, 안 들림;;;
신축 아파트에,
결혼 생활 10년 만에 애들과 이사와서,
이제 겨우 반년 정도 지나오면서 새 아파트라는 만족감에 정말 잘 보내고 있었는데,
진짜 대~~~~박 빌런 한 명 만나서 지금 이 순간까지 기분이 안 좋네요;;;
자기한테 전화로 쌍욕했다고 고소한다고 하는 말까지 듣다보니,
<구.타.유.발.자> 라는 영화 제목이 왜 생겼나 싶었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