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서 좀 더 본격적으로 팀전술로 들어가보자.
1.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술의 특징
맨유는 공수 양면에서 포지션파괴 패러다임으로 한층 발전된 토탈사커를 실행하는 팀이다.
-농구를 방불케하는 스위칭플레이
-기본적으로 안정된 수비가 바탕
-우수한 체력으로 끌어내는 국지전부터 지속적인 숫자싸움의 우세
◆포메이션에 구애받지 않는다
현대축구는 이제 포메이션보다 공수 비율로 이야기될 때인거 같다. 3백이든 4백이든 원톱이든 투톱이든 결국 경기를 풀어가다보면, 전체적인 팀조직이 게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맨유는 이 축구흐름을 선도하는 팀중 하나로, 선수단 전체가 밸런스를 갖춘 멀티플레이어들로 경기내내 포지션을 파괴한다. 공격수들끼리의 포지션체인지는 물론이고, 공격과 수비진끼리의 역할변화도 매우 능숙하게 구사되는 팀. 바로 선수들의 완벽한 전술이해도와 멀티플레이 능력의 결과물이다. 무스트라이커, 활발한 오버래핑, 위협적인 이선침투 등등... 이부분은 더 말해야 입만 아니 손가락만 아플 뿐
◆맨유는 수비 중심의 팀이다.
맨유란 팀의 기본적인 칼러는 바로 수비력. 화려한 공격력에 비해 가려질지 모르지만, 퍼거슨식 맨유팀의 토대는 수비에서부터 시작한다. 올 시즌 종반으로 치닫는 시점에 맞붙었던 리버풀과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비디치의 실책이후로 급격히 허물어졌던 맨유. 그리고 이후 게임들에서도 불안한 수비로 실점이 반복되면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맨유. 반면 퍼디낸드가 돌아와서 수비안정감을 찾으면서 예전 맨유의 위상을 급속히 회복했던 맨유다.
(1:0유나이티드의 맨유는 여전히 강하지만, 4-3유나이티드는 불안해보이는게 사실)
맨유의 수비는 퍼디와 비디치를 위시한 4백과 노련한 반데사르만의 위용이 아닌 팀 전체가 조직력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댐이다. 다 아시다시피 포워드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세하는 팀이고, 단순히 순간적으로 공격수가 내려오는 한명의 숫자적 우세로 그치는 것 뿐아니라, 조직적으로 그런 전술변화가 이미 완벽히 짜여진 팀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어가면 본문 주제와 무관한 걸로 지나치게 길어지니 생략)
이 훌륭한 전술을 왜 다른 팀은 사용하지않나?
그건 당연하게도 선수들의 자질이 갖춰져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술을 가능케하는건 플레이어의 극강체력과 기동력 패싱능력이 필수이고
무엇보다도 경기장에 들어서서 쉴새없이 변화하는 상황상황에 빨리 반응할 수 있는 축구센스 자체가 갖춰져야한다. 맨유의 선수영입은 이런 큰 플랜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크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2.맨유 전술의 핵심-원톱
이런 맨유스타일의 특색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건 역시 진검승부-빅클럽과의 대전이다.
승리를 챙겨야될 클럽과 할때 맨유의 경기운영은 여타 빅클럽팀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이미 공간을 선점한 수비위주의 팀에게는 점유율을 바탕으로 그 조직을 조금씩 허물어가는 움직임-개인돌파, 월패스, 헤딩떨구기, 반칙을 활용하는 세트플레이 등등-은 강팀들의 일반적인 게임운영패턴
물론 맨유의 돌려먹기 스트라이커전술(?)이나 템포빠른 숏패스게임과 센스넘치는 공간축구도 맨유의 팀칼라임은 분명하지만, 역시 맨유의 빅클럽상대의 전가의 보도-원톱전술이야말로 진짜 맨유를 보는 거울이다. 강자와 강자의 대결시에 그 팀의 베스트전력과 진정한 모습이 나오지 않겠나?
일단 인정하고 시작해야될 것이 맨유는 여타 빅클럽팀과 상대할때 미들싸움을 회피한다. 최근 이룩한 결과물들로만 보자면, 비교대상이 아예 없을 정도인 맨유가 체감상으로 별로 강해보이지 않는 주요인이다.
퍼거슨 스스로가 동등한 수준의 빅클럽과 상대할때는 미들싸움과 점유율 유지보다 호날두의 골생산능력에 꽤 많이 의존해왔다.
전방에 원톱-호날두를 세워놓고 나머지 선수들은 완벽한 수비조직력을 구축한다.
(지난 시즌 바르샤전. 루니와 에브라의 더블마킹, 패스루트를 차단하는 촘촘한 라인. 퍼디넌드는 총체적으로 수비시스템을 조망하고 빈틈을 메꿔준다. 이게 맨유의 수비시스템)
이러다가 볼을 빼앗으면, 공을 커팅한 수비수는 원톱의 빠른 발을 활용하는 전방에 떨궈놓는 긴패스나, 원톱에게 내주면 톱은 볼소유를 유지하다가 빠르게 올라가는 루니나 박지성, 테베즈같은 선수에게 내준다.
강팀상대하는 전형적인 맨유의 공격패턴이다.
맨유의 고강도 수비를 뚫기 위해서는 상대팀은 좀더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에 무게를 실어야하고, 그 수비수가 올라간 틈을 빠른 역습으로 뚫는 것이다. 원톱의 공격 연결고리가 미약하거나 날개의 공수전환능력이 떨어지면, 역습축구가 아니라 그저 90분내내 반코트게임에 당할 뿐이다.
(※근데 이런 원톱이란 자리는 선수에겐 저주받은 위치. 수비수에게 겹겹히 둘러쌓여서 이선미들에게 지원해주는게 주된 임무이다. 물론 때에 따라선 한방능력도 갖춰야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움직이면서 수비수를 끌고다니는 것이 본래 주어진 임무. 그러나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전통적 축구관으로는 꼼짝없이 비난받을 수 밖에 없다. 호날두의 빅클럽상대의 부진이라는 것의 실체도 상당부분은 이것이었고, 올시즌 베르바토프의 비난도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호날두도 욕먹는데 하물며 조재진은...)
3.그러나 약점도 있었으니...
기본적으로 이것이 베컴&반니를 내친 이후 새롭게 구축된 맨유의 특징.
그러나 저번 시즌의 퍼거슨식 토탈사커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던 완성되어가는 과정의 팀이었다.
-몸싸움에 너그러운 거친 성향의 심판을 만났을 때
-우천이나 잔디사정으로 경기장 조건이 좋지 않을때
-미들진 전체적인 컨디션난조로 경기를 잘 풀어 주지 못할때
-뛰어난 수비조직력으로 이미 많은 수비숫자로 공간을 점유한 견고한 팀을 상대할 때
아쉬운 부분이 노출된다.
"잔디가 개판이라 패싱게임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피지컬로 밀어붙이는 거친팀에, 파울콜이 드문 관대한 심판과 함께, 선취골을 넣고 잠그는 팀"을 상대로 맨유는 고전했고, 일단 고전하기 시작하면 전술적인 대책이 전무했다. 오로지 호날두의 한방이나 궁여지책으로 비디치를 전방으로 끌어올리면서 롱볼 축구를 시도했다. 저번시즌 맨유는 유독 미들이 붕괴되는 날의 경기엔 대책자체가 없었다. 미들이 붕괴되면 다 그런거 아니냐고? 꼭 그렇지만은 않다. 첼시타임의 무시무시함은 환상적인 패싱이나 개인드리블이 아니다. 그건 지극히 단순한 롱볼축구이다.
일단 이런 부분의 맨유의 약점을 상당부분 해결해준 선수가 베르바토프이다.
그러나 그저 단순하게 제공권을 담당하는 타켓이 베르바토프다라는 말을 하려고 이렇게 길게 주절거리는 것은 아니다. 호날두가 수행했던 톱을 인수하는 것은 평범한 타켓이 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맨유식 원톱에 왜 베르바토프가 적합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