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책벌레로 유명한 빌 게이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TED 청중에게 책을 추천했다.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는 지난 18일 TED 강연 청중에게 좋은 책 6권을 추천하고 자신의 블로그에도 올렸다. 경영서와 인문서, 과학서를 가리지 않고 1950년대 출간된 책부터 2014년 발간된 신작까지 아울렀다. 간략한 내용과 함께 차례로 소개한다.
경영의 모험 (Business Adventures)
존 브룩스 지음|이충호 옮김|이동기 감수|쌤앤파커스|612쪽|1만6000원
고급 시사교양지 뉴요커에서 금융 부문 기자로 활약했던 존 브룩스가 쓴 책이다. 1960년대의 굵직한 기업, 금융, 경제 관련 사건과 이슈를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출판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해 낸 경영의 기본 원칙들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에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대규모 조직을 꾸려나가는 도전, 올바른 기술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는 방법, 고객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등의 충고가 담겨있다. 혁신기업 제록스의 탄생, 자동차 회사 포드가 사상 최악의 실패작을 출시하던 과정 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득력을 더했다. 12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초판은 1969년에 출간돼 1970년대에 절판됐다. 하지만 게이츠가 작년 자신의 홈페이지와 언론에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로 추천하면서 다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게이츠에게 이 책을 권한 사람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란 사실 때문에 더 관심을 모았다. 게이츠는 “1991년 버핏과 만났을 때 경제·경영 도서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며 이 책을 추천하며 빌려줬고, 아직도 사실 내가 갖고 있다”고 회고했다.
The Bully Pulpit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Simon & Schuster |928쪽|종이책 16.75달러|킨들 전자책 11.99달러
사회 변화는 뛰어난 리더 한 명만 있으면 가능할까, 아니면 다른 도움이 더 필요할까? 미국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미국의 제 26대 대통령 시어도 루스벨트, 제 27대 대통령 윌리엄 태프트의 삶을 연구했다.
책 제목 '불리 펄핏(The Bully Pulpit)'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용한 말로 '미국 대통령의 권위'를 뜻한다. 부제가 ‘테어도어 루즈벨스,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그리고 저널리즘의 황금기(Theodore Roosevelt, William Howard Taft, and the Golden Age of Journalism)’이다.
앞의 질문에 대해 '개혁의 기수' 루스벨트 대통령은 후자 쪽이었다. 그가 대외 정책으로 내세운 '부드러운 말과 큰 곤봉' 정책은 적극적인 사회 개혁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 그는 언론을 통한 여론의 도움을 받았다. 맥클루어 같은 잡지는 록펠러의 석유사업 독점 문제를 연재 보도해 루스벨트의 개혁을 측면 지원했다.
저자는 집필을 위해 루스벨트와 태프트 사이에 오간 400통이 넘는 서신을 참고했다.
2013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이코노미스트 등 여러 유력 매체들이 ‘올해의 도서’로 선정한 책이다.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면역에 대하여(On Immunity)
율라 비스 지음|Graywolf Press|216쪽|종이책 12.00달러|킨들용 e북 7.97달러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미국의 에세이 작가 율라 비스(Eula Biss)가 어머니의 시각에서 예방접종에 관한 내용을 심층 분석했다. 저자는 칼 샌드버그 문학상부터 로나 제프 재단 작가상, 푸시카트 프라이즈, 미국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책에서는 과학과 철학, 문학적 분석 등을 통해 예방접종에 대한 진실을 집중 조명했다.
선의의 미국 부모들이 가진 아이들의 예방접종에 대한 잘못된 루머에 관해서도 다룬다. 저자는 학술적인 이유가 아닌 '엄마'이기 때문에 이 주제를 선택했다고 썼다.
저자는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인간이 자기 스스로, 혹은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안전한 면역력을 만들어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를 통해 우리의 몸과 운명이 서로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게이츠는 “아름답게 쓰여진 이 책은 새로운 부모를 위한 위대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신년부터 시작한 북클럽의 네 번째 선정도서이기도 하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도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문명세계 만들기(Making the Modern World)
바츨라프 스밀 지음|Wiley|242쪽|종이책 40.96달러|킨들용 e북 36.99달러
게이츠가 가장 좋아하는 현존 작가 중 한 명으로 꼽은 경제사학자 바츨라프 스밀의 책이다. 저자는 유럽연합을 포함한 국제기구의 정책 자문으로 일한다. 에너지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역사, 공공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를 연구해 왔다. 게이츠는 “30여권에 이르는 저자의 저서를 모두 섭렵했다”고 했을 정도다.
책의 부제가 ‘재료 및 탈물질화(Materials and Dematerialization)’이다. 저자는 우리가 현대 문명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사용하는 시멘트, 철, 알루미늄, 플라스틱, 종이 같은 ‘재료’를 집중 탐구했다.
저자는 “20세기 전체를 통틀어 중국이 미국보다 시멘트를 더 많이 사용한 해는 딱 3년 뿐” 등의 독특한 데이터를 제시한다. 게이츠는 지난해 6월 이 데이터를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 노트’에 올리며 “이것은 올해 내가 알게 된 사실 중에 가장 놀라운 것일 것”이라고 썼다.
게이츠는 무엇보다 저자의 독창성에 주목했다. 저자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저비용 저에너지 물건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소비는 반대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효율화에 의해 낭비가 사라져 종이와 재료의 이용량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사용량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지적한 것.
2013년 6월 미국에서 출간됐다. 아직 국내에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에 번역된 저자의 다른 책으로는 2011년에 출간된 ‘에너지란 무엇인가’(삼천리)와 2008년에 나온 ‘에너지 디자인’(창비) 등이 있다.
아시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How Asia Works)
조 스터드월 지음|Grove Press|400쪽|종이책 11.83달러|킨들용 11.58달러
저자는 20년 넘게 자유기고가와 방송인으로 활동해 온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다. 1997년부터 대(對)중국 투자와 중국 경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 ’차이나이코노믹쿼털리’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중국 증시의 문제를 다룬 ‘차이나 드림(China dream)’, 베일에 싸인 아시아 정재계 거물을 다룬 ‘아시아의 대부들(Asian Godfathers)’ 등 아시아 경제를 다룬 저서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일본과 대만, 우리나라, 중국 등 고도성장을 이룬 아시아 국가를 탐구한 책이다.
이들 국가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왜 아시아 여러 국가 가운데 이 나라들만 고도성장을 이뤘는지 등이 주제다. 작년 개발경제학계에서 발표된 것들이 주를 이룬다.
저자는 이들 국가가 정부의 금융기관 통제를 통해 소규모 농가를 육성하는 동시에 수출 중심의 제조업 기반을 다진 점이 주효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정경 유착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이익의 정상적인 분배를 막고 있다는 것. 저자는 동남아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이런 유착관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2014년 5월에 출간됐으며, 국내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How to Lie with Statistics)
대럴 허프 지음|박영훈 옮김|더불어책|192쪽|1만원
미국 작가 대럴 허프가 쓴 통계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통계는 숫자의 테러”라고 말하면서, 이 책이 ‘통계로 사기 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일종의 입문서’라고 소개한다.
오늘날 대중은 어디서나 그래프, 평균값 등으로 표현되는 통계와 마주친다. 하지만 전문적인 분별력은 부족하다. 방송과 언론에서 보여주는 통계수치에 현혹되기도 쉽다.
저자는 경제성장률, 실업률, 소득불평등률 등의 통계가 정부의 목적이나 필요에 따라 조작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대로 믿어서는 위험하다고 말한다. “통계의 비밀스러운 언어들은 사실을 선정적으로 다루고, 부풀리거나 때론 지나치게 간소화 한다”는 것.
통계 이야기이지만 내용은 비교적 쉽게 풀어 썼다. 아마존은 서평에서 마치 “아버지 강의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책 속의 사례들만으로도 충분히 표본의 크기나 조사 방법, 그래프의 사용법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통계에 속지 않는 다섯 가지 방법도 눈에 띈다. 첫째, 통계 출처를 알아볼 것, 둘째, 통계의 조사 방법에 주의할 것, 셋째, 빠진 데이터가 있는지 숨겨진 자료를 찾아볼 것, 넷째, 내용이 뒤바뀐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것, 다섯째, 상식적인지 고민하고 석연치 않은 부분은 조사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다섯 가지를 지키면 통계의 홍수 속에서 어느 정도는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1954년 출간 이래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 받은 책이다. 게이츠는 지난해 11월 이 책을 자신의 블로그에 추천도서로 소개했다.
그는 서평에서 “60여 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몇몇 예시들을 제외하면) 지금 봐도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꼭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썼다. 국내에는 2004년 4월 번역 출간됐다.
게이츠는 작년에도 TED 측 요청으로 부인 멜린다와 함께 ‘TED 청중에게 추천하는 도서 10권’ 목록을 제시했다. 당시 목록에는 올해 저커버그 북클럽 선정도서로 다시 유명해진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사이언스북스) 등이 올랐다.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 “작년 추천도서와 올해의 추천도서 목록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썼다.
스크랩좀 해가겠습니다.